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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6일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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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녹슨 완성차 생태계, 상생은 수혜가 아니다

전속거래 구조에 2‧3차 협력사 ‘갑질’ 피해 논란…“지속가능성 위한 동반성장 요구돼”

“이대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두고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국내 기간산업의 한 축을 맡은 현대‧기아차의 경영 실적이 크게 흔들리면서 부품업계의 경영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청의 위기가 하청에 그대로 전가되는 수직적 생태계는 수십년간 뿌리 내린 전속거래 구조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

여기에 전속거래로 조성된 수직적 하도급 구조는 또 다른 그늘을 만들었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선 완성차 중심의 전속거래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업체 대표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특히 현대차 중심의 직서열 생산방식(JIS), 부품 원가를 매년 일정 비율로 절감하는 납품계약(CR)을 통해 하위 협력사에 금전적 피해를 입혀왔다는 비판이 중심이 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손정우 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 총무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1년 전 입찰을 하고 투자를 하는데, 이후 15%가량 공급가를 낮춘다. 협력업체는 부도가 날지언정, JIS를 맞추기 위해 납품을 해야 한다”​며  "일부 1차 협력사는 이 같은 구조에 대한 부담으로 금형을 탈취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차는 1차 협력사에, 1차는 2차 협력사에 CR을 통해 지속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전속거래 구조에선 하위업체일수록 상위업체와 협상력이 떨어져 불공정 계약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원가절감에 한계를 가진 협력사는 당장의 경영난이 가사회됨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받아든다. 손실을 전가하고 또 전가하는 다단계 하도급 줄기의 마지막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린 피해업체들도 존재한다. 

 

원청인 현대차는 당초 직접계약을 맺지 않은 2,3차 협력사의 경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은 “약정인하에 대한 부분은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업체선정 시 경쟁입찰을 하고 있다"며 "결코 전속거래를 강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학영 의원이 “그럼 그 업체들이 전속거래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정 본부장은 “다른 업체와 자율적 거래를 장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수십년간 깊이 뿌리 박힌 전속거래 구조를 두고선 공회전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담화로 들렸다. 또 사실상 내수 80%를 독점하는 현대‧기아차가 '다른 거래처를 찾아보라'는 말을 한다는 건 매출 50% 이상을 의존해 온 협력사 입장에서 깊은 패배감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피해 협력업체는 원청인 현대차가 움직여야 부품산업 생태계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반성장을 내세운 현대차 역시 협력사들의 고통을 방조해선 안 될 일이다. 


원청이 기침을 하면 협력관계를 맺은 하위업체가 몸살에 걸린다고들 한다. 영세한 사업자일수록 불황 타격이 크다는 뜻으로 흔히 쓰이는 비유다. 그러나 줄줄이 엮여 있는 하도급 생태계에선 단 한 번의 기침도 전체로 쉽게 옮는다. 그럼에도 불황은 항상 갑질의 이유가 돼 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목전에 닥쳤다고 우려하면서도, 전속거래 해결책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는다. 수십년간 뿌리 깊게 잡힌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다. 다만 이 같은 그늘이 걷어내지 않고 ‘미래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말은 마케팅 수식어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상생은 수혜가 아니다. ​함께 갈 때 더 오래 갈 수 있다. 현대차가 내세운 동반성장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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