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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6일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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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팬에게 가장 두려운 세 가지…무료·선착순·여름

“이제는 팬들의 위치를 좀 더 재고할 때”

애플에서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는 유저들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셀럽이 야외 공연을 할 때마다 티켓을 구하거나 좌석을 선점하기 위해 줄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팬들을 국내에서도 심심찮게(사실은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공연이 아닌 굿즈 구매를 위해 이틀, 삼일 전부터 기다리는 팬들에게 가장 두려운 단어는 트위터에서 누군가 언급했듯 무료, 선착순, 여름일 것이다. 공연이나 이벤트성 행사의 무료입장은 대부분 선착순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나오는 방청권이나 공개방송은 맨 앞에서 가수들을 보고 눈이나 카메라에 담으려는 팬들의 ‘줄서기’로 몸살을 앓기 마련이다.

이러한 스케줄의 경우 대기하는 동안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리허설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연 촬영이 거의 제지 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아 팬들의 선착순에 대한 열망은 더욱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곤 한다.

같은 팬덤 안에서도 팬들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모습은 다양하다. 어떤 팬들은 미디어에 담긴 셀럽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한편 아무런 매개 없이 자신의 눈에 연예인을 담고 싶어 열정적으로 공개방청을 가는 팬들도 있다. 특히 해당 연예인만이 참석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출연진들이 동원되는 행사의 경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셀럽이 나올 때까지 팬들은 꽤나 지리한 시간을 대기해야한다.

그래서 팬들은 늘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공연’이나 ‘무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연예인들이 함께 하는 공개 방송에서 자신의 셀럽을 기다리는 일도 멈출 수는 없다. 다른 연예인들과의 무대에서 팬들의 응원은 누구보다 아티스트에게 큰 힘이 될 거라는 걸 팬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팬덤은 이처럼 개인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대상을 좋아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이 아티스트를 대표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윤리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열정적인 팬들은 줄을 설 때 스스로 규칙을 정하거나 새치기를 하지 않게 번호표를 스스로 작성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고 다른 출연진의 공연을 끝까지 지켜보기도 한다. 그러나 팬들 중에는 선착순과 관련 없이 바로 입장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중간에 나가버리는 팬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때까지 미디어들이 주목한 팬들의 모습이 과도한 열정이나, 윤리적이지 못한 방청행태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면 실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그들 안에서 일어나는 자정작용이나 스스로 만들어낸 규칙을 지키려는 모습도 존재하고 있다.

특히 공개방송에서 이러한 팬들이 동원되지 않을 경우 방송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제작자들 또한 알고 있다. 사전 녹화를 새벽에 하는 경우, 그 아티스트들의 팬들이 아니라면 방청객을 동원하는 데 어마어마한 경제적 비용이 들 것이다. 이처럼 팬-노동이 열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이제 팬들의 위치를 좀 더 재고할 때가 왔다. 사실 이미 재고는 이미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다만 모르는 척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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