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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6일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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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덕조 교수 “생보사 즉시연금 사태는 설명의무 위반 문제”

“보험사, 즉시연금 소멸시효 완료 노리고 버티기 나섰다”

“즉시연금 쟁점은 약관해석의 문제보다는 ‘설명의무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있다. 약관의 중요한 사안을 보험사가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즉시연금 사태는 보험사가 이러한 중요한 사안에 대한 설명의무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소송으로 가도 보험사가 이길 가능성은 희박한데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 굉장히 의심스럽다.”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생명보험업계에 발생한 즉시연금 사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장 교수는 2년 전 자살재해보험금 지급 거절 논란이 시끄러울 때 약관의 내용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 등에 조언하고 국회 토론회에서 자살보험금 지급 거절의 부당함을 알린 보험법 전문가다. 자살보험금은 이에 금감원의 생보사 중징계 등 강한 압박이 이어지며 전액 지급으로 해결됐다. 

 

하지만 자살보험금 사태가 2년이 지나자 다시금 약관 문제를 둘러싸고 생보업계에 즉시연금 사태가 터졌다. 금감원이 돌려주라는 보험금은 업계에 9000억원이 넘는다. 이미 소멸시효로 돌려받을 수 없는 돈도 2000억원이 넘었다. 문제는 즉시연금 보험금이 매달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멸시효로 받지 못하는 돈도 매달 적립식으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즉시연금 사태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다수 보험사가 ‘버티기’와 ‘묵언수행’을 고수하는 것도 시간을 끌어야 소멸시효로 증발하는 보험금이 커지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보험 약관의 ‘설명의무 이행’과 관련해서 이미 여러 번의 재판이 있었고 판례도 확고하다. 보험사가 법원으로 끌고 가봐야 이길 확률은 별로 없다. 굳이 왜 소송에서 다투려고 하는지 의심이 된다”며 “설명의무로 따진다면 보험사가 지금까지 말한 즉시연금 해명으론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즉시연금 상품에 대해 매달 연금에서 사업비 충당 목적으로 일정 금액을 떼어놓고 있고, 공제한 사업비를 만기까지 채워놓는다는 건 보험의 기본 원리라고 주장하지만 그 내용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결국 법적으로 ‘설명의무 위반’이 된다. 금감원도 이런 이유 때문에 기존 약관대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이 금액이 모두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약관이나 위임한 내용에 공제 내용이 있다하더라도 중요한 사안에 관해서는 설명해야 한다”며 “법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안이란 보험금이 얼마고, 어떤 경우가 보험금 지급이 안 되고, 책임준비금 산출 방법서에 따라서 최소한 얼마의 보험금을 공제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가 법원으로 끌고 가봐야 이길 확률은 별로 없다. 굳이 다투려는 것을 보면 장기 소송전이 보험사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보험사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 지급거절 뒤부터 대법원까지 장기 4, 5년이 걸릴 수 있다. 그동안 소멸시효로 많은 부분이 없어진다”며 “이 사태를 모르는 보험계약자의 소멸시효도 끝나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사진=노성윤 사진 기자

장 교수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법원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 유사한 사안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모두 지급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일단 보험사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지급하겠다고 한 만큼 법원 판결에 따라 지급결정이 나오면 지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때 가서 소멸시효 완료를 말하거나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고객에게 지급을 거절한다면 권리남용과 신의성실 원칙의 항변에 걸릴 수 있다. 결국 모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지금이라도 보험사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까지 지급하는 것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를 갚는 것은 법적으로 ‘도의관념에 적합한 채무’다”라며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의 법리”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보험금 때는 보험사들이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주에 대한 배임이라는 주장한 바 있다”며 “하지만 회사의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업무를 부담하는 대상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다. 이때 이사가 장기적인 영리행위로 볼 때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경우라면 배임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보험업권에서 약관을 두고 이런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보험사가 회사의 잘못을 소송으로 몰고 가는 것이 오히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 등 선진국처럼 소멸시효의 시작 시점도 고객에게 유리하게 바꿀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소멸시효 기산점을 ‘(고객이 보험금 청구권이 있다는 점을) 안 때로부터 5년, (청구권) 발생일로부터 10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발생일로부터 3년이다. 매우 짧다. 소비자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소멸시효를 중단하려면 고객들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고객 입장에선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방법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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