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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1일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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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 거래 시간, 다시 고민해볼 때

거래 시간 증가에 근무 시간만 늘었다는 의견 많아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도입 전후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다수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푸념 하면서도 “과도기가 있겠지만 주 5일제가 이제는 익숙한 것처럼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간이 흐르면 불편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효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인 사람인이 직장인 638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단축 시행 후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8%는 야근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또 35.3%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응답했고, 여가활동 시간이 늘어난 응답자도 36.3%로 나타났다. 생산성 저하, 비용 증가 등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많지만 적어도 근로자들에게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긍정적으로 작용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표정이 조금 다르다. 내년에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제대로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을 품고 있다. 특히 증권 거래시간이 증가하면서 구조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선 2016년 8월 한국거래소는 증권 및 파생상품 매매 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이로 인해 정규 매매 시간은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에서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늘었다.

실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최근 증권업계 종사자 2588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1.8%가 증권 거래 시간 증가 이후 시간외근무가 늘어난 것으로 답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88.5%가 오전 8시 이전에 출근한다고 밝혔고 응답자 54.2%가 오후 6시 이후에 퇴근한다고 했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인 설문 조사와는 대조적으로 63.1%에 달하는 종사자들이 현재의 근로 시간에 대해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조금이라도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기 위해선 다시 거래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 거래 정규 시간만 6시간 반이다. 이 전후로 해야할 일이 많아 오전 7~8시 출근하고 오후 6시 이후에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주 52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뿐만 아니라 사무금융서비스 노조 설문에서 응답자 67.4%가 정규 증권거래시간 원상회복을 원한다고 답했다.

물론 이는 근로시간 단축만을 위한 요구는 아니다. 거래 시간이 늘었지만 그 효용이 크지 않다는 점도 담겨있다. 당초 내세운 거래량 증가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2017년 8월~2018년 7월)간 증권 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거래시간 연장 직전 1년(2015년 8월~2016년 7월)간의 거래량보다 되려 11.3% 줄어들었다. 거래량은 거래시간보다는 국내 경제 펀더멘탈이나 글로벌 증시 상황과 연관성이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거래시간 연장으로 큰 효과는 보지 못하면서 근무 시간만 늘어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단순 거래량보다는 중화권 시장 정보 반영, 늘어난 시간에 따른 거래 편의 제고 등을 고려하면 현행 시간을 유지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로 개장 시간을 중첩시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 역시도 존재한다. 우스갯소리로 “시간이 겹쳐지는 것이 중요하면 차라리 미국 증시와 맞추는게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하는 시장 관계자가 있을 정도다.

금융당국은 증권 거래 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늘어난 거래 시간이 주는 효용과 근로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긴 사회적인 부작용을 놓고 저울질 해야 한다. 정책을 2년만에 바꾼다는 부담은 있겠지만 그 부담 탓에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흘려보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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