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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5일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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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시(銀試)’의 시대…부담 커진 은행권 취업

시중 은행 대부분 필기시험 도입…취준생 “정량평가 강화‧고난이도 문제에 당황”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2018년 상반기 신한은행 신입 채용 필기고사를 보기 위해 고사장으로 입실하고 있다./사진=뉴스1


은행연합회가 필기시험 부활을 골자로 하는 은행 채용 모범규준을 내놓은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이 올해 신규채용을 2900여명이었던 지난해 수준보다 늘리겠다고 했지만 채용문 뚫기는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은행 채용 모범규준은 오는 18일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가 모범규준을 제시한 가장 큰 이유는 은행 채용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은행권은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대형은행의 채용비리로 채용 관련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필기시험은 10년만에 부활되고 서류, 면접 전형엔 외부 인사가 참여하게 된다. 성별, 연령, 출신 학교, 출신지, 신체조건 등 지원자의 업무 역량과 관계없는 항목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모범규준 준수가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시중 은행들은 규준을 적극 따르겠다는 분위기다.

이에 은행권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정량평가 방식인 필기시험을 도입하게 되면 은행권 취업도 고시(考試)화된다는 것이다. 이미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은행과 고시의 합성어인 ‘은시(銀試)’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기존 은행 채용에 필기시험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이 필기시험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4개 은행 외에도 다른 시중 은행들이 많은 만큼, 정량평가보다 업무역량에 자신 있는 준비생들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었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 중인 윤아무개(27)씨는 “은행권 취업을 위해선 보통 재무설계사, 매경테스트 등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증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다. 업무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다”라며 “그런데 필기시험이 필수화되면서 업무와 관련된 금융 상식을 넘어선, 일반상식이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같은 정량적 시험이 더 강화됐다. 한 우물만 팠던 준비생들이 더 힘들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채용을 앞두고 있는 은행들은 정량평가를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은행 채용 모범규준은 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K뱅크) 등 19개 은행에 적용될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얼마 전 있었던 상반기 채용에서 이미 필기시험을 부활시켰다.

다수 은행이 필기시험을 실시하다보니 난이도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최근 10년만에 필기시험을 치른 우리은행의 필기시험 난이도가 이 예측에 힘을 보탰다. 우리은행은 경제·금융·일반상식으로 구성된 시험 문제를 출제했는데, 그 중엔 한국사 문제, 올림픽 관련 문제까지 포함됐다. 이에 응시자들은 필기시험이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해 우리은행 필기시험을 치렀다는 김아무개(26)씨는 “처음 보는 문제유형에 너무 당황했다. 기존에 필기시험을 실시하던 은행들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어려웠다. 갑자기 여러 은행들이 필기시험을 도입하다보니 난이도 조절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금융자격증 7개를 취득했고, 그 중엔 정말 고난이도 자격증도 있었는데 그 자격시험보다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정량평가를 도입하는 대신 직무별 채용, 자격증 보유자 우대 등을 통해 고시와 같은 일원화 채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채용 모범규준에 따르는 것은 채용 상 투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필기시험을 강화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필기시험이 강화되더라도 점수만 잘 받는 지원자가 아닌, 업무역량을 제대로 갖춘 지원자를 뽑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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