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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7일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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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기화하는 초저금리 국면의 두 모습

투자와 고용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통화당국…금리의 경제 조정 기능 약화될 수도

# 공무원 A씨는 두 번째 상가주택을 짓기 위해 최근 대출을 신청했다. 그는 이미 상가주택 한 채를 지으면서 받은 대출이 있어 원리금으로 매달 200여만 원씩을 은행에 내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월세가 250만원씩 들어오고 있는데다 갈수록 원금이 줄어들고 있고, 금리가 낮기 때문에 추가 대출을 받아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시중 통화량 조절에 사용하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그대로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번 금리동결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30일 이후 1.5%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2%선을 밑도는 것은 지난 2015년 3월12일 2.0%에서 1.75%로 내린 뒤 3년1개월째다.

한은이 이처럼 장기간 초저금리 상태를 이어온 기준금리를 또 동결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하나는 저금리 국면이 일반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점이며, 다른 하나는 초저금리 국면의 장기화로 가격기구의 정상적인 작동이 저해된다는 점이다.

◇저금리 기조 전문가들 예상보다 길어져

저금리 국면의 장기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경제 시스템의 하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전엔 각국 통화당국의 금리 미세조정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아직도 통화당국이 한번 금리인상을 시작하면 이후 가파른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이 지난 해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이후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해 12월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25~1.50%로 결정하자 금리인상 기조가 세계로 확산될 것처럼 주장한 이코노미스트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나타난 주요국의 기준금리 조정은 의외로 조용한 편이다.

미 연준이 지난 3월21일 기준금리를 1.5~1.75%로 다시 올렸는데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것도 단순히 동결한 수준을 넘어서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을 공개 천명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자본유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실제 금리역전이 생겼는데도 우려한 상황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행 역시 앞서 지난 3월9일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는데 이후 일본에서 심각할 정도의 자본유출이 생겼다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실상이 이렇게 나타난 때문인지 최근 시장에선 이제까지와는 달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그동안 금리인상 주장을 강하게 펼쳤던 소시에테제네랄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금리를 올릴 의도가 있지만 올해는 동결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기존에 냈던 인상 전망을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리 미세조정 없앤 뒤 부작용 이어져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장기 실행 목표 및 통화 정책 전략에 관한 성명’을 통해 “연방 공개 시장위원회(FOMC)는 최대 고용, 안정된 물가 및 알맞은 장기 금리를 조장하는 의회의 법령을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를 위해 단기 인플레이션이 아닌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임을 선언했다.

이는 금리 결정을 단기적으로 하지 않고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연준의 정책금리 그래프에도 잘 나타난다. 과거 그래프는 단기간에 급등락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2010년 이후엔 커브가 보다 완만하기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통위 역시 지난 12일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금리조정을 보다 길게 보면서 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고용이나 물가와 관련한 보다 확실한 물증(?)에 집착할 경우 행정부 편의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경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미세조정을 해왔던 기존 금리조정 관행이 없어지면서 경제의 많은 부분이 금리와 따로 놀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강남 일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기미까지 보였지만 통화정책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가계신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450조원이 넘었지만 역시 통화당국의 관심사에선 큰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한은은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고용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초저금리 국면이 유지돼야 기업투자가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난센스다.

과거 초고금리 상황에서도 기업의 설비투자가 왕성했던 적이 적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초저금리 국면이 이어지는데도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다는 것은 금리가 기업의 투자를 결정하는 모든 것은 아니란 얘기다.

지금은 그보다 금리가 가격결정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생각할 때인 듯하다. 돈이 돈값을 못할 때 비정상적인 쏠림이 심화되고, 그게 경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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