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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5일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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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자리 사라진 군산, 거리에는 침묵만

GM폐쇄에 빈자리 늘어, 파출소·우체국도 한산…GM 한국 잔류해도 군산공장 폐쇄 철회 어려울 듯

일자리가 사라진 군산은 빈자리로 가득했다. 떠나는 사람은 많은데 찾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에서 천안을 훑고 군산역에 도착한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두세명 뿐이었다. 군산역에서 올라탄 소룡동행 시내버스 역시 텅텅 비어 있었다. 시내에 들어서기까지 약 30분 동안 그 큰 버스를 운전기사와 단 둘이서만 공유했다.

운전기사 최아무개씨(62)사람이 없어서 대중교통 이용객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이어 월급도 밀렸지만 손 쓸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최씨는 시내에 들어서기까지 군산시 구석구석을 운행하며 군산 역사를 짧게 풀어냈다. 군산 토박이로 군산의 흥망성쇠를 몸소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80~90년대만 해도 물고기가 넘쳐났지만 언젠가부터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 대신 공장들이 들어서며 부흥하는가 싶더니 다시 쓰러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고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지며 오식도동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 사진=김성진 기자

한국GM은 지난달 13일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을 내렸다. 폐쇄 결정 이후 공장 근로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받아들이고 있다. 공장 가동률이 20%를 밑돈지 이미 오래다. 군산 공장에는 1500여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8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군산공장 출입문 관리원은 “1500명 중 500명 내외 직원이 회사를 드나든다하루하루 출근하는 직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군산 공장에서 약 3떨어진 곳에 형성된 오식도동 상권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식도대로에 들어서자 깊은 침묵과 맞닥뜨렸다. 상권지역은 한적하다 못해 스산했다. 대로 양 옆으로 늘어선 상점들은 일견 화려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도 없었다. 임대 딱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굳게 문 닫힌 노래방, 주점, 해장국집, PC방 등 유흥지점들에선 과거의 부흥이 빛바랜 채 머물러 있었다. 누구는 이 지역 건물 절반이 비었다고 했고, 누구는 공실률이 70~80%에 달한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한 임대건물에 홀로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군산시 오식도동의 문을 닫은 상점들. / 사진=김성진 기자

대로에 위치한 한 해장국집 주인 이아무개씨(42)이미 4년 전부터 사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말할 것도 없고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없다앞으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빼야 된다고 짧게 말했다.

 

사람이 떠난 곳엔 어색한 평화가 자리했다. 사람이 없으니 사건도 사고도 없었다. 오식도동에 위치한 비응파출소 경찰관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으며 신고가 확 줄었다. 종종 외국인 노동자들 끼리 분쟁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파출소 옆에 위치한 우체국 역시 마찬가지로 한적했다. 사람이 없다보니 외부와의 소통도 말랐다. 오식도동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한아무개씨(45)편지를 포함한 우편물량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가 올라탄 오토바이 뒤의 우편바구니는, 우편물보다 빈 공간이 더 많았다. 대도시의 우체부들이 우편물을 산처럼 쌓고 다니는 것과 대조됐다.

 

사람은 줄고 있지만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군산 시내 곳곳엔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를 성토하는 플래카드들이 걸려있다. 갖가지 경제단체와 지역단체들이 거세게 공장 폐쇄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군산시내에 걸린 한국GM 공장폐쇄를 성토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 사진=김성진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4많은 의문들이 있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GM(잔류)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GM은 국내에서 계속 생산을 하고 싶어한다그 방향은 확실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을 되돌리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GM 국내 시장 잔류에 군산공장은 포함돼지 않았다는 관측이 많다. 제너럴모터스(GM)이 새로 배정할 신차 2종 역시 군산공장을 제외한 부평과 창원 공장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군산시내에서 다시 군산역으로 돌아가는 버스 역시 텅텅 비어 있었다. 시내를 통과할 때만 절반 정도 사람이 차더니 금새 다시 하얗게 빈 공간이 됐다. 운전기사 최씨는 "원래 군산은 사람이 많기보다 일이 많은 동네다. 전주나 익산에 거주하며 군산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군산은 특히 일자리가 있어야 돌아가는 동네"라고 토로했다.


군산시 오식도동. 거리가 텅 비어있다. / 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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