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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2일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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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거친 반항 없었으면 합의된 성관계?

현실 반영 못한 성범죄 판단기준으로는 피해자 보호 못해…"적극적 동의여부 따져야"

사진=셔터스톡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사회 각계로 퍼져 나가며 성범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폭행 여부를 결정짓는 여성의 저항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의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어떤 성관계가 성범죄인지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는 여성이 저항했는지 여부다. 남녀가 사회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던 여성이 거부없이 성관계를 했다면 해당 성관계는 성폭행이 아니다.

그런데 법원 및 사정기관이 성관계시 여성이 동의했는지를 따지는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 오지원 변호사는 “성관계시 여성의 동의 여부를 따질때 현저히 강하게 저항 및 반항해야 강간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이 겁에 질리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조금이라도 호응하는 듯한 언행을 했다면 폭행협박이 없었다고 보는 것은 현실을 반영치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법조계도 혼란스러워 한다. 한 변호사는 “성범죄시 여성이 거부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상당히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2010년 5월에도 지적장애가 있는 만 13세 중학생을 4명의 고등학생이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이 피해자를 친구에게 소개해 함께 성폭행했는데 당시 경찰은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고 폭력이 없었다’며 불구속 수사를 한 바 있다.

형법 303조에 해당하는 ‘위력 및 위계에 의한 간음’의 경우는 더욱 판단기준이 애매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은 업무, 고용 등 사항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해 성관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직장 등 조직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일종인데 이 경우에도 여성이 현저하게 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직장인 윤 아무개 씨(29)는 “성희롱성 발언에 뭐라 반응만 해도 무슨 성희롱이냐며 면박을 주고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게 사회 분위기”라며 “강한 저항의 유무로 죄를 따지는 것은 밥벌이를 걸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성범죄 여부를 따질때 저항 정도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한다. 영국, 스웨덴 등 선진국에선 ‘명시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성폭행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우리 사회에선 직장 관계 등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여성이 싫다고 표현하면 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간주한다”며 “이제 우리사회와 법이 성범죄 여부를 따질 때 폭행협박이나 저항 유무가 아닌 적극적 동의 여부를 따져야 하고 이것이 곧 국제기구 권고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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