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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3일 [T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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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 악재에 사면초가 몰린 인텔 제국

사실상 의혹 인정, 소송전 비화조짐…엔비디아發 GPU 공세 활활, 반도체왕좌는 삼성에

인텔이 CPU 게이트로 보안 부문에서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 사진=셔터스톡

인텔이 안팎의 악재에 포위당했다. CPU(중앙처리장치) 보안결함을 막기 위한 업데이트가 되레 PC 성능을 저하시켰다는 ‘CPU 게이트’는 갈수록 파장이 거세다. 그간 관련 논란을 일축했던 인텔은 사실상 의혹을 인정했다. 고객에 이어 주주들까지 소송에 나설 조짐이다.

바깥 상황도 녹록치 않다. GPU 공세에 나선 엔비디아는 인텔의 위기를 기회 삼아 신발끈을 더 꽉 조일 태세다. 반도체업계 판도변화도 인텔에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인텔은 25년 만에 삼성전자에 왕좌를 내줬다.

나빈 쉐노이(Navin Shenoy) 인텔 부사장 겸 데이터센터그룹 총괄은 10일(현지시각) 공식 뉴스룸을 통해 CPU 게이트 관련 테스트결과를 발표했다. 6~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채택한 윈도PC가 패치 실행을 전후해 성능이 변하는지 여부를 실험해 본 결과다.(원문보기: Intel Security Issue Update: Initial Performance Data Results for Client Systems)

겉으로 보면 그간 해명과 달라진 건 없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Brain Krzanich)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기조연설에서 “아직 이번 보안 이슈와 관련한 피해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논란과 선을 그었었다. 이번에도 인텔은 패치를 통한 업데이트 후에도 평균적인 사용자들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점은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데 찍혀 있다. 즉 성능 저하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인텔은 각 시스템 별로 패치 전후 성능을 측정한 결과를 백분율로 표기했다. 나빈 부사장은 8세대 칩인 카비레이크(Kaby Lake), 커피레이크(Coffee Lake)의 경우 전반적인 성능에서 최대 6% 느려진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자바스크립트 등 더 복잡한 웹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최대 10% 수준까지 성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세부조사 항목에서 최대 14%까지 성능이 저하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인텔은 이 발표에서도 성능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텔은 다음 주에 최근 5년간 출시한 PC·모바일 CPU 성능 테스트 결과를 추가로 공개한다.

상황은 법정으로까지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복수의 로펌이 인텔을 상대로 주주가 참여하는 집단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사진=셔터스톡

사태를 이 수준까지 악화시킨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태를 진화해야 할 크르자니치 CEO다. 그가 CPU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 주식매도와 옵션전량 매각을 통해 2500만달러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텔 주가는 게이트가 터진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향후 고객들의 집단소송 가능성도 있는 터라 사태는 악화일로에 들어설 전망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집안 문제다. 하지만 문 밖을 나서도 상황은 골치 아프다. 막강한 도전에 양면으로 마주한 탓이다.

지금의 인텔왕국을 가능케 한 건 전자제품의 ‘작은 두뇌’라 불리는 마이크로프로세서다. 사실상 ‘인텔 인사이드’가 PC 시대의 표준이었다는 의미다. 인텔의 CPU와 MS(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PC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조합이다.

여전히 PC시대라면 인텔의 헤게모니가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모바일을 거쳐 자율주행차에까지 컴퓨터가 필요한 시대로 변모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1인자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두뇌’인 데이터처리장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인텔과 맞서고 있다. 판세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GPU가 AI(인공지능)의 핵심 기능인 ‘딥 러닝’(Deep Learning)에도 강세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텔이 최근 라이벌 AMD와 손잡거나 데이터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크르자니치 CEO의 CES 기조연설 주제도 “데이터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꾸나”였다.

반도체왕좌 직함을 삼성전자에 내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시장서 14.6% 점유율로 인텔(13.8%)을 제쳤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매출이 53% 늘어날 때 인텔 매출은 6.7% 성장에 그친 탓이다. 일각에서는 인텔과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이런 결과에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삼성전자가 최근 매출을 크게 높인 동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다. 공히 모바일 시대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제품들이다.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려면 질 좋은 D램이 필요하다. 동영상과 사진 등을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데, 이는 낸드플래시 역할을 부각시킨다. 즉 인텔이 PC 시대 왕좌에 취해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대서 주도권을 쥐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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