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시사저널

2017년 12월 17일 [Sun]

KOSPI

2,482.07

0.51% ↑

KOSDAQ

771.82

0.19% ↑

KOSPI200

326.23

0.46% ↑

SEARCH

시사저널

엔터테인먼트

“영화산업 효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서정 CGV 대표 주장, 스크린 늘었는데 연간 관람객 횡보…수요는 제자리, 공급은 폭증

6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서정 CJ CGV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CJ CGV

극장을 찾아 먼 길을 나설 때가 있었다. 지방도시라면 그 길은 유독 더 멀었다. 도착해서도 흥행작을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단관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멀티플렉스가 등장했다. 유명한 극장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세상에 나왔다. 어느덧 국내 극장 수는 360개에 이르렀다. 이제 극장 나들이는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됐다.

산업 규모는 커졌을까? CJ CGV(이하 CGV)와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스크린 숫자는 2581개까지 늘었다. 2013년 1991개에서 600개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도드라지는 성장세다. 그런데 그 사이 관객 숫자가 횡보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고 있다는 뜻이다. 극장업계 불안감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6일 서정 CGV 대표는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된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나와 “스크린당 관객 수가 가장 중요한 지표다. 올해 스크린 1개당 관객 수는 8만 4000명까지 떨어졌다. 2006년에는 14만 1500명이었다”면서 “인건비, 원가가 오르고, 판관비 또한 상당히 상승하는데 효율을 나타내는 스크린 당 관객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극장이 늘면 관람객도 따라 늘어났다. 지금은 영화산업, 극장산업 자체가 포화에 이른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크린당 관객 수 10만명이 처음 무너진 해는 2011년(9만1848명)이었다. 이 감소세는 스크린의 너무 갑작스런 증가 탓으로 풀이된다. 2010년 1408개이던 스크린 숫자는 이듬해 1739개로 331개나 폭증했다. 하지만 늘어난 스크린 숫자를 이내 관객 숫자가 따라잡았다. 2012년 스크린당 관객 수는 다시 10만명대를 회복했다. 그러다 2015년 9만명대로 내려앉더니 올해는 처음으로 8만명대까지 추락했다.

서 대표는 “올해 연간 관람객 예상치는 2억 1700만이다. 5년 째 ‘2억명’을 넘고 있지만 신장률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당초 올해는 2억 3000만까지 가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정부도 바뀌고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갖는 시기라 영화업이 활황을 보이리라 봤다. 하지만 수치로 보면 어두운 2017년이라 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꼽은 원인은 크게 3가지다. OTT(Over The Top) 확대, 소셜미디어(SNS)의 확산, 인구감소다. 3가지가 복합작용해 영화 관람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극장업의 메인 소비자층인) 젊은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또 이제는 맛집, 여행, 유흥거리 등이 아주 많다. 영화가 과거에 비해 유흥거리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숫자로 증명된다. 서 대표에 이어 기자들 앞에 나선 이승원 CGV 리서치센터장은 “(설문을 통해 관객들에게) 여가활동 1회에 얼마를 쓰시는가를 물었다. 맛집, 카페에서는 4.64만원, 영화관람에는 1.94만원을 쓴다. 향후 ‘시간투자’ 우선순위에서도 영화는 20대 초반을 제외하고 모두 3~5위 사이에 있다. 향후 ‘비용투자’ 우선순위에서는 전연령 층에서 5위권 밖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층이 줄어들고 있는 인구 구조의 변화, 맛집이나 카페 등을 찾아다니는 새로운 여가활동 트렌드 등이 겹치며 추후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월 27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서 관람객이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예매하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올해 유일한 '천만영화'가 됐다. / 사진=뉴스1

잠재적 고객층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확인해볼만한 지표가 CGV 신규회원 숫자다. 올해 이 비율은 9.6%로 처음 한자리 수에 그쳤다. 이 센터장은 “영화시장 안에 새로운 피가 들어와 커지는 시기가 끝났다. 기존 고객이 여러 차례 봐야 커지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이른바 ‘N차관람 열풍’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수요를 더 늘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야기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분야는 이뿐만이 아니다. CGV에 따르면 2009년과 비교해 지난해 개봉 편수는 1.5배가 늘었다. 매주 12~15편이 개봉한다는 의미다. 시장에 쏟아지는 영화는 소비자의 인지도 급감으로 이어졌다. CGV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올해 관객의 개봉예정작에 대한 인지도는 40%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69%와 비교해 그야말로 ‘폭락’이라 할 수치다. 같은 기간 관람의향도 38%에서 27%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 편수는 370편으로 2013년(282편)에 비해 90편 가까이 늘었다. 1만 명 이상 관람 영화가 같은 기간 매주 5.22편에서 6.85편으로 급증한 셈이다. 이 상황서 전체 관객수는 횡보하고 있다. 이는 곧 영화 한편을 개봉해 수익을 얻어낼 확률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홍보‧마케팅 비용을 많이 투자하게 돼 수익성이 훼손되는 악순환도 구축됐다. 


산업의 효율성 저하는 자연스레 영화의 질에도 파급효과를 미쳤다. 한 영화제작업계 관계자는 “산업이 더 커지지 않으니 투자시장도 일정 상태에서 정체하고 있다. 이 와중에 블록버스터급 대작 중심으로 시장이 구축됐다”면서 “소수 영화에 투자금이 몰리면 자연스레 다른 영화에 갈 파이가 줄어든다. 이게 한국영화의 평균적인 질을 저하시키는 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의 질적 저하는 외화의 강세로 이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관객 점유율 비율은 48.6%:51.4%였다. 외화는 2014년(51%) 이후 처음 과반 점유율을 넘겼다. 시장은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 VS 프랜차이즈 외화’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이승원 센터장은 “내년 순제작비 100억 원 넘는 한국영화가 13편일 것 같다. 올해 대비 2.6배다. 이 영화들이 외화 프랜차이즈와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 대표는 “CGV가 보유한 고객 관련 각종 빅데이터를 영화업계와 더 많이 나눔으로써 함께 시장을 키워 나갔으면 한다”며 “철저한 사전 고객 분석을 통해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고,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업계 이해관계자와 공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