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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7일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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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시호 중형 선고 시점에 다시 불붙은 ‘플리바겐’ 도입 논란

개혁위 관계자 “장시호 관련성은 오비이락”…공론화 통해 국민 합의 도출 모색

삼성 등 대기업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금을 부당하게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씨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에 큰 도움을 준 장시호씨가 1심에서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장씨가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강요와 사기 금액이 20억원을 초과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법리적 판단을 넘어 이번 판결이 검찰에 협조적인 피의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는 분석도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이 와중에 검찰개혁위원회가 ‘플리바겐(plea bargen·유죄 인정 후 감형)’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논의에 착수했다. 과거 법무부가 도입을 시도했던 플리바겐 역사를 톺아봤다.

◆ 장시호, 검찰 구형보다 1년 많은 징역 2년 6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들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구속기간 만료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장씨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강요와 사기 금액이 20억이 넘는다”면서 “국정농단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죄책이 매우 중해,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는 법정구속을 예상하지 못한 듯 재판부를 향해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씨는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박영수 특검팀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그는 이모 최씨의 제2 태블릿PC를 특검에 제출하는 등 수사과 재판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범죄를 입증할 만한 중요한 도움을 주거나 자백을 해왔다. ‘특검의 특급 도우미’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이 때문에 특검이 장씨의 혐의를 축소해 기소하고, 결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의 다소 가벼운 형을 구형하는 등 이른바 ‘플리바겐’ 관행이 적용된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했다. 하지만 장씨가 결국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 받으면서 검찰의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 모양새가 됐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렸다. 검찰의 구형이 너무 낮았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해도 이로울 게 없다는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전달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장씨가 수사에 협조한 점을 정상 참작하더라도 검찰 구형은 지나치게 적다는 의미의 판결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tbs 교통방송 내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 협조해도 별 효과 없단 메시지를 주게 된다”면서 “삼성 수사 관련해 검찰에 협조해도 이로울 게 없다 하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개인적으론 아쉽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과 송두환 검찰개혁위원장 등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검찰개혁위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 제도’ 논의

장씨의 형량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시점에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플리바겐’ 제도 도입 여부 논의에 착수해 관심이 쏠린다.

개혁위는 전날 오후 2시30분부터 약 4시간 가량 대검찰청 본관 15층 소회의실에서 제11회 회의를 열고 한국판 플리바겐 제도라고 할 수 있는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도’ 도입 여부 등을 논의했다.

중대부패범죄의 기소법정주의 도입 시 장단점이 검토됐고, 기소법정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도입이 논의됐다는 게 개혁위 설명이다. 기소법정주의란 법률이 미리 일정한 전제 조건을 정해 두고 그 조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기소해야 하는 원칙이다. 검사가 기소·불기소를 재량하는 기소편의주의와 대응하는 개념이다.

 

형사소송법은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혁위는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도와 관련해 이날 첫 논의를 한 것으로,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누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위 소속 한 관계자는 “기소법정주의와 기소편의주의와 관련해 약 3주 전부터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중대 범죄에 한해 형벌감면을 같이 논의하자는 차원에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형량조정제도라고도 불리는 플리바겐은 한 개인이 특정한 형사 사건에서 신고, 제보, 자수를 하면 자신의 범죄와 관련한 형벌을 감경,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다.

미국은 수사-기소-재판-최종심까지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플리바겐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륙법 계통의 국가들도 플리바겐을 도입해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리바겐과 유사한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제재감면)​ 제도를 도입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징수한 전체 과징금 8819억원 가운데 7492억원(85%)이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징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플리바겐이 항상 긍정적인 요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와 다른 형벌이 내려지는 점, 검찰의 수사 편의만 증대되는 점, 피해자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는 점 등이 제도의 문제점 지적된다. 우리나라에는 플리바겐 제도가 없다고 하지만 정치적 사건에서 특히 검찰과 피의자,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검은 거래’가 의심받기도 한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플리바겐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2011년 이 같은 내용을 담아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검찰권 강화, 수사 편의주의 등이 지적받으며 무산된 바 있다.

◆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플리바겐과 성격 달라…자신 아닌 타인에 적용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했고 개혁위도 검토 중인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도는 정작 플리바겐과 성격이 다르다.

법무부와 개혁위 설명에 따르면 플리바겐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형사처벌을 감경 받는 제도다. 하지만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도는 자신의 범행과 관련된 ‘타인’의 범행에 대해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형사 처벌을 감면받는 제도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도입 배경 역시 다르다.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는 소송절차의 간이·신속화와는 관련 없이 구조적·조직적 비리로 지탄받는 공직비리, 기업비리, 마약·조직범죄 등 내부자의 정보제공이 없으면 그 단서를 포착해 진상을 규명하기 어려운 범죄에 있어 내부자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2011년 당시 법무부는 “플리바겐은 피의자에게 혐의를 인정하라는 압력을 가할 소지가 있고, 중죄 피의자들이 지나치게 관대한 형량을 받을 여지가 있다”면서 “실체 진실 발견의 일부 내지 전부가 포기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에 대해서는 “구조적·조직적 범죄 등 내부가담자의 협조를 얻어내 조직의 상위에 위치하는 거악을 척결하고자 하는 제도”라며 “오히려 실체진실 발견에 공헌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개혁위 관계자도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외국에서 모두 시행되고 있다”면서 “개혁위의 검토를 시작으로 공론화가 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형사소송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 “검찰개혁안이 검찰의 힘을 빼는 것뿐만 아니라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 등을 통해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전날 장시호씨가 구형에 비해 높은 형을 선고받은 데에 대해서 “법조인으로서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제도 검토 시점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오비이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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