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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7일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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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현장] 포항 강진 그 후…줄지 않는 ‘서민층’ 이재민

지진 발생 3주째 맞았지만 이재민 853명 아직 떠돌이 생활…“실효성 있는 이주 대책만 학수고대”

 

지난달 15일 발생한 포항 강진이 전국을 흔들어놓은 지 6일로 3주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800여명이나 되는 이재민들은 집 없는 방랑자 신세다. 지진 발생 후 정부는 임대아파트와 전세지원금 확대 등 이재민 이주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이재민 다수는 이 대책의 혜택을 누리지 않고 있다.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이주 대책이 현실과 동 떨어진 정책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있다. 이재민 대피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의 추가 대안책이 필요하다는 이재민들의 요구가 현장에서 빗발치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23일에 이어 5일 강진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을 다시 찾았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포항실내체육관 입구는 앙칼진 포항 바닷바람 소리만 들려올 뿐 오가는 인적은 드물었다. 이재민 대부분은 체육관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2주 전보다 많이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5일 오후 5시 기준 총 대피 중인 이재민은 85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5일 지진 이후 최초 대피자수는 915명이다.

이번 포항 지진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 서민층이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이 많다. 포항 변두리에 위치한 흥해읍은 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진피해로 생활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위한 실질적이며 근본적인 이주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즉시 입주가 가능한 LH 임대아파트 500가구 확보와 전세지원금 상한액을 5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늘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포항 지진 피해 지역 내 철거 결정된 D아파트 앞에 출입 통제 현수막이 걸려있다. / 사진=윤민화 기자

그런데 이들에게 정부와 지자체가 제시한 이주 대책안은 ‘그림의 떡’이라고 이재민들은 여전히 입을 모았다. 집이 전 재산이었던 이들에겐 이주를 하는 것 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흥해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민 신옥석씨(61)는 “집이 유일한 전 재산이었다”며 “조그만 내 보금자리에서 남은 인생 오순도순 편안하게 사는게 소망이었다. 그것 뿐이다. 그런데 전재산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였다면 이미 전세금을 받아 (대피소를) 나갔을 것”이라며 “은퇴했기 때문에 앞으로 돈을 벌 수도 없다. 정말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신씨와 20년 넘게 한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지낸 조연옥씨(61)도 “완파 판정을 받지 못하면 집을 보수해 살아야 한다. 그런데 보수할 여력은 없다”며 “보수한다 해도 그 집에서 다시 살기 무섭다. 젊은 사람들은 포항 시내로 일찌감치 이주해 나갔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정부 지원책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피소 사회복지 상담자로 파견나온 한 사회복지사는 “문제는 돈이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D아파트 재산가치는 3000~4000만원정도”라며 “이재민들이 그 선에서 임대주택 등을 마련해 살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시 수준으로는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국은 현 대책안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현 대책안으로도 충분히 이재민들의 거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포항시 주거복지부 한 관계자는 “사실 이재민 중 피해가 크지 않은데도 대피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도와준다는 데도 왜 이주하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이재민 가구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 다수는 정부의 수동적 지진 대응 태도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향후 안전 대책보다 이재민 수 줄이기에 급급해 한다는 의견이다.

7살과 15살 두 딸과 대피소에서 생활 중인 노희주씨(40)는 “지진 발생 직후 정부에서 (건물 상태를) 검사한다고 사진을 찍어갔다. 그 다음날 안전하다고 통보받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또 사진을 찍어갔다. 이 과정을 일주일동안 반복했다”며 “육안 검사 대신 정밀조사를 요청했는데 처음엔 들어주지도 않았다. 나중에서야 민간업체를 파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피해 건물에 대해)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보수를 해야 한다면 어디를 해야하는지 알려주기라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연옥씨도 “검사하러 온 사람들도 여진이 오니 집에서 도망쳐 나갔다”며 “검사 하는 사람들 본인이 살 수 있다고 생각될 때 거주 안전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안전한 거주지를 확보하는 데 조금만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으로 인해 위험시설물이 늘어났지만 지진 발생 후 3주가 지나도록 안전대책이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 포항 북구 흥해읍 D아파트 주위에는 접근금지 선도 쳐져있지 않았다.

 

철거 결정난 포항 흥해읍 D아파트 내부 모습. / 사진=윤민화 기자

D아파트 일부 동은 철거 판정이 날 정도로 건물 파손 상태가 심각하다. 지진 직후 안전상 아파트 출입을 막던 경찰들도 더이상 없었다. 철거가 결정된 아파트 안에 누구든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변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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