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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각 소송 승소한 한화…재벌 편법승계 ‘면죄부’ 지적도

법원 “충분한 정보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됐다” 판단…법조계 “삼성 에버랜드 사례와 유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16.12.6 / 사진=뉴스1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계열사 비상장주식을 장남에게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사회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이지만, 재벌의 편법 승계를 사실상 용인한 판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과 한화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2005년 한화 이사회가 (주)한화가 보유하던 한화S&C 주식 40만주(지분 66.7%)를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에게 전량 매각하자 “계열사 주식을 장남에게 싼값에 팔아 회사에 600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당시 이사회는 한화S&C의 주당 가치를 5100원으로 책정했으나, 경제개혁연대 등은 주당 가치를 16만488원으로 계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한화의 주식거래가 ‘이사의 자기거래금지 의무’에 위반됐는지, 이사회가 ‘충실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등이었다. 상법은 회사의 이익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이사가 자기계산으로 회사와 재산적 거래를 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1심은 “김 회장이 장남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배하는 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주식 가치를 저가로 평가할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인용했다”면서 소액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주식 적정가를 주당 2만7517원을 책정하고 한화 측에 89억66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이사회가 주식매매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수집·분석했고, 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김 전무가 이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아버지인 김 회장의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에 있어 일부 오류가 있기는 했지만, 그 수행과정 및 평가결과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그 수행과정 및 평가결과가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사로서의 임무해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899억원대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도 무죄 확정 판단을 받았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을 두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승계자가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충분한 정보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됐다면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판례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의 편법승계에 면죄부를 내린 판결이라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상법 전문변호사는 “법인이 보유한 핵심 자회사의 지분을 총수일가의 자녀에게 넘겨주었다는 점에서 삼성의 에버랜드 사례와 유사한 것 같다”면서 “승계 이후 한화S&C가 급성장했는데, 헐값 매각에 대해 재판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변호사는 “상법상 회사의 경영방침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돼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는 대표이사가 대부분 집행하고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면서 “재판부가 법리에 매몰돼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점을 도외시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이어 “이사회의 문제점을 견제하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면서 “재벌들의 편법 승계문제를 우리사회가 용인해온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소송당사자인 경제개혁연대 측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대법원이 거래의 실질을 따져보지 않은 채 ‘이사회 결의를 거쳤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형식적 논리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면서 “법원의 형식적 판단이 재벌의 편법 승계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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