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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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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아이폰X] 애플답지 않은 대화면 속내는? “콘텐츠에 방점”

‘패블릿’ 행보, 베젤리스 디자인 채택 등 전략 변화 눈길…라인업 다양화 포석도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X. / 이미지=애플코리아

“사라진 건 텔레비전 수상기지, 텔레비전 그 자체가 아니다.…(중략) 텔레비전은 뉴미디어와의 엄청난 테크놀로지 전쟁에서 승리하지도 패배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텔레비전이 뉴미디어의 고유한 일부가 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국내에 번역출간 된 조너선 그레이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와 아만다 D. 로츠 미시건대 교수의 저서 《텔레비전 연구》에 나오는 말이다. 텔레비전은 ‘거실에 있는 네모상자’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많은 연결고리가 텔레비전 콘텐츠를 실어 나른다. 상자는 자취를 감추고 있을지언정 상자 속 내용물은 여러 군데로 흩뿌려져 휘날리고 있다. 텔레비전의 종말이 아닌 텔레비전의 진화인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비즈니스 영토가 ‘내 손 안의 텔레비전’이다. 이 영토 안에 살고 있는 기업들은 10년 전 아이폰 혁명에 빚을 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에서 대화면을 강조한 점은 그래서 더더욱 이야깃거리다. 3.5인치를 고집한 ‘잡스시대’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베젤리스 디자인과 증강현실(AR)의 등장도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해야 한다. 라인업 다양화라는 포석을 노린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아이폰X(아이폰텐)이 공개됐다. X는 로마자에서 숫자 ‘10’을 뜻하는 말이다. 10주년 기념작이란 점을 제품 명칭에 담은 셈이다. 이날 공개된 스마트폰은 아이폰X, 아이폰8, 아이폰8+ 등 총 3가지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외신에서는 아이폰X가 아이폰8이 될 것이라 봤었다. 정작 이번에 공개된 아이폰8과 아이폰8+는 전작인 7의 스펙을 조금 향상시킨 수준이다.

특히 ‘애플답지 않은’ 대화면을 좀 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아이폰X에 5.85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액정을 탑재했다. 애플이 OLED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제품의 해상도는 1125x2436이고 인치당 픽셀(ppi)이 463ppi 수준이다. 아이폰8+는 5.5인치 LCD 액정을 쓴다. 여기에 1080x1920 해상도와 401ppi 픽셀을 갖췄다. 아이폰8에는 4.7인치 LCD 액정이 쓰였다.

다시 말하면 신제품 3종 중 2종이 패블릿(폰+태블릿)이라는 뜻이다. 업계서는 액정 5.5인치를 패블릿의 기준으로 본다. 애플은 아이폰6+에서 5.5인치를 쓰면서 패블릿 시장에 ‘데뷔’했다. 아이패드의 지속적인 판매 하락세도 애플을 패블릿 시장으로 이끈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예상대로 아이폰X에는 테투리 없는(베젤리스) 디자인이 채택됐다.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던 홈버튼도 사라졌다. 그만큼 눈에 담길 화면을 극대화하겠다는 심산이다. 10년 전 나온 오리지널 아이폰의 액정크기는 3.5인치였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에 쓸 수 있어야 한다”를 신조처럼 고수했기 때문이다.
 

아이폰X를 사용하는 모습. / 사진=애플코리아

대화면과 픽셀향상은 최근 스마트폰 산업의 반등을 이끄는 대표적인 시장 트렌드다. 이 트렌드의 동력 중 하나가 고화질 동영상 시청 수요다. 거실 텔레비전 수준은 아니지만 ‘내 손 안의 텔레비전’에서도 비교적 질 높은 시청 경험을 하려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메모리 사용랑도 과거보다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품 공급가가 계속 높아지면서 출고가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이 ‘포스트 아이폰’의 과제 중 하나로 이미 콘텐츠를 택한 점은 그래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더 버지(The Verge)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에 10억 달러의 돈을 써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전체 매출에서 3분의 2 비중에 달하는 아이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애플이 내놓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6인치에 가까운 대화면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장면은 매력적인 홍보카드다. 여기다 애플이 새 통합 비즈니스 모델로 내놓은 차세대 증강현실(AR)도 대화면과 선순환이 가능한 혁신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콘텐츠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스마트폰 시청행태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메인스트림이라고까지 볼 수는 없다. 한동안은 TV나 대형모니터 시청행태와 함께 갈 것으로 본다”면서 “스마트폰과 PC, 모니터를 연동시켜주는 기기도 있기 때문에 초고화질 동영상을 이유로 반드시 대화면만 선호할 것이라는 가정은 아직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애플도 보험 장치를 완전히 해제해버린 건 아니다. 새로 나온 3종 중 2종이 패블릿이지만 나머지 1종이 4.7인치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변하는 소비패턴과 시장흐름에 맞춰 대화면을 내놓지만 ‘대화면으로만’ 가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읽혀서다. 손 안에 쥘 수 있는 기존 아이폰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되 선택의 폭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동시공개가 판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국내 대표적 IT전문 애널리스트인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팀 쿡 애플 CEO는 프레젠테이션 말미에 ‘스티브 잡스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라면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0.4% 하락했고 시간 외 거래도 약보합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폰8과 아이폰8+가 9월부터 출시되는 만큼 아이폰X 판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이안 포그(Ian Fogg) 모바일&통신 시니어 디렉터는 “지금 아이폰X를 공개한 건 옳은 결정”이라면서 “이번 가을 두 번째 출시까지 (아이폰X에 대한) 침묵을 지키는 건 아이폰8을 구매자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애플의 장기적인 비즈니스에 손상을 줬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그는 “고객들은 명확한 선택지를 가졌다. 터치ID와 무선충전, 향상된 성능을 즐기기 위해 아이폰8이나 아이폰8+를 지금 사거나, 혹은 한 달 더 기다려 아이폰X에 더 많은 돈을 쓰면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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