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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3일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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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이건 왜] 흉악범들이 붙잡히면 정신이상을 주장하는 이유

심신미약 감형하는 형법조항 악용 가능성…조두순‧김길태 등 흉악범들도 감형돼

이웃에 사는 8세 초등학생을 살해 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17살 김 모양의 공범인 A양이 지난 4월 1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인천지방법원으로 이동하는 모습. / 사진=뉴스1

미성년자 성폭행, 어린이 유괴 살해… 입에 담기도 험악한 일들이 며칠 걸러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TV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만 봐도 많은 분들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피의자 변호인 측에서 하나같이 정신이상이나 술을 많이 마셨다고 주장하는 것을 말입니다. 이번 인천 초등생을 잔인하게 살인한 김양도 계속해서 자신이 정신적으로 아프다고 강조하고 나셨죠. 왜 흉악범들은 체포가 되면 갑자기 정신이상을 적극 주장하고 나설까요.

실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특히나 언론 앞이나 법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형을 감형받기 위한 성격이 짙습니다. 대한민국 형법 제10조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자 행위는 벌하지 않고, 그 정도가 약한 자는 처벌 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해 범죄자 입장에선 형을 감형 받으려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수준’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죠. 성폭행범 중 술 안 먹었다는 사람 찾기가 어려운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술에 취한 것도 형법 10조에서 규정하는 심신미약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 심신미약이라는 것이 참 분노유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기자가 직접 취재했던 한 사건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2011년 한 20대 여성이 술집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중 옆 테이블에 있던 남성이 쳐들어와 강간을 시도했습니다. 마침 주위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고 같이 경찰서로 가게 됐죠. 

 

그런데 이 여성은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갑자기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과 그의 모친이 정신이 불안정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죠. 바로 전까지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심신미약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잘 아는 누군가가 조언을 해준 것이죠.


그 외 우리가 아는 유명한 흉악범들이 심신미약 때문에 감형을 받았습니다. 2008년 한 남성이 교회 화장실에서 8살 여자아이의 목을 조르며 강제로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인공항문을 달고 살게 됐습니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이죠. 

 

검찰은 이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12년을 적용해 졌습니다. 술에 취해 있어 심신미약상태였다는 이유였습니다. 조두순은 해당 사건을 저지르기 전에도 20대 여성을 성폭행해서 기소됐다가 술을 마셨다고 감형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형법 10조 덕을 제대로 누린 범죄자죠.

심신미약 감형 사례는 이 외에도 수두룩합니다. 2010년 부산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물탱크에 버린 흉악범 김길태도 검찰에게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법원이 무기징역으로 감형해줬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란 점도 감형 이유가 됐죠.

이처럼 온 국민을 공분하게 하는 심신미약 감형은 범죄 피해자를 두 번 죽인다는 도덕적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범죄자들이 악용할 가능성도 높아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범죄자 입장에선 범죄를 저지르기 전 술을 몇 잔 하거나, 정신과에서 정신이 불안정하다며 진단서를 끊으면 혹시 잡혀 재판에 가더라도 감형 받을 가능성이 있을 테니까요. 

 

확실한 것은 심신미약 감형은 범죄자를 위한 법이지, 범죄 피해자를 위한 법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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