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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3일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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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운전해도 된다?…사고 부르는 ‘일회용 음주측정기’

혈중알코올농도 확인, 악용될 수도…‘몇 잔’ 음주사고 전체 20% 이상 달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휴대·일회용 음주측정기 제품. 음주 측정 이후 제품 내부 '크리스털'이 진홍색으로 변했다. 2017.08.11 / 사진=독자제공

#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 한 것은 아니다.” 직장인 A(32)씨는 부서원들과의 회식에서 ‘휴대·일회용 음주측정기’를 처음 보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동료가 꺼낸 이 측정기는 가볍고, 손가락 정도 크기여서 휴대하기 편했다. 투명한 알루미늄 관속에는 ‘크리스털’로 소개된 하얀 색의 이름 모를 고체가 들어 있었고, 색 변화에 따른 혈중알코올 농도를 비교할 수 있는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혈중알코올 농도 0.05%에 ‘형사처벌기준’이라는 문구는 더 선명하게 보였다.

“휴대용 음주측정기로 확인한 다음에 대리기사 부르면 돼.” A씨는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셨지만, 동료의 권유에 테스트를 시작했다. 크리스털은 이내 진홍빛으로 변했지만, 제품 기능에 신뢰가 생기자 ‘나중에 한 두 잔은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평상시 약 2만원에 형성돼 있는 서울 시내 대리 운전비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느껴진 A씨는 앞으로 음주 후 테스터기를 사용해 운전 여부를 결정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일회용 음주측정기가 시중에 다수 유통되고 있다.

11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KIPRIS)에 따르면 국내 음주측정기와 관련된 특허와 실용신안 등록은 718건에 이른다. 이중 물품의 외관을 등록하는 디자인 등록 제품은 34건(소멸포함), 상표도 77건(소멸, 거절 포함)이나 된다. 온라인에서는 음주측정기를 쉽게 검색하고 구매까지 가능하다.

현행법상 이러한 음주측정기의 사용은 합법이다. 0.05% 미만의 음주운전 역시 도로교통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혈중알코올농도 0.05%는 개인차가 있지만, 소주 약 3잔을 마셨을 때 측정되는 수치라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제품이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혈중알코올농도 처벌 기준보다 낮은 수치가 확인될 경우 ‘술을 먹고 운전을 해도 무방하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05~0.99% 운전자에 의한 음주사고 발생 비율. / 자료출처=대한보건협회 음주 통계시스템


몇 잔의 음주로 발생하는 음주운전 사고의 통계수치도 상당했다. 대한보건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23만2035건 등 2006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22만1647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혈중알코올농도가 0.05~0.09%의 운전자에 의한 사고는 20015년 5972건으로 전체 중 24.5%를 차지했다. 2006년부터 2015년 비율 평균도 20.53%에 달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세태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3월 혈중알코올농도 단속기준을 0.05%에서 0.03%로 강화하자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개인이 음주측정기를 휴대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 해당하고, 이를 처벌하거나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음주운전 문화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굉장히 씁쓸한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 잔이라도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음주적발을 강화하고 사회적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며 “현행법상의 처벌은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비해 너무 가벼운 실정으로 음주운전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 의원은 “일본·스웨덴 등 선진국들의 혈중알코올 농도 단속 기준은 0.03%”라면서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단속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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