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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9일 [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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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근로자 권익보호 못하는 근로감독관

고용주 편들기 무성의한 행태에 진정인들 불만…정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인력도 문제

# 최지수씨(26)는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3개월간 한 북한전문외신사에서 일했다.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한 8시간 동안 고정된 장소에서 근무했다. 그럼에도 고용주는 최씨가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4대보험도 들어주지 않은 것은 물론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퇴직금을 받기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최씨에게 담당 근로감독관은 귀찮다는 듯이 “정식 절차를 밟으려면 수차례 더 와야하는데 그럴 수 있겠냐”고 말했다. 최씨는 하는 수없이 고용주와 합의했고 진정은 취하했다. 고용주는 올해 2월에야 퇴직금을 지급했으나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 장지영(25)씨는 2013년에 1년 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그러나 1년 뒤 매니저가 바뀌면서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고 하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어느 정도(체불된 금액보다 낮은 금액받고 끝내라고 지속적으로 종용했다이에 장씨는 특별근로감독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해서 겨우 진정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최씨와 장씨만이 아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김씨와 장씨가 근로감독관으로부터 2차 고통을 겪고 있다. 근로자들이 임금체불,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면 만나게 되는 사람이 근로감독관이다. 그러나 정작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적극 나서야할 근로감독관들이 무성의한 행태에 분노하는 일이 다반사다.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할 금액의 일부만을 받고 물러서고, 고용주는 법을 어기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알바노조가 지방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알바노동자 1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근로감독관에게 받은 불이익을 사안별로 정리했다. / 사진=알바노조 제공


알바노조가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알바노동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법적으로 받아야하는 체불임금 전액을 받지 못하도록 유도했다는 응답이 32%, 진정인의 의무사항이 아닌 3자대면을 강요당한 응답이 17%에 달했다. 또 진정을 넣은 후에도 근로감독관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응답이 9%, 법이 애매해서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등 직무유기 사례가 16%였다. 진정인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처리기일 연장을 동의 없이 연장한 경우도 7%였.
 

◇근로감독관 실무인원 1인당 사업장 1708곳…적정 수준의 약1.5배

근로감독관은 사업장의 근로감독과 신고사건의 접수와 처리, 노동관계법령위반의 죄에 대한 수사 등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의 수가 적정수준보다 턱없이 적어 근로감독관이 관련업무를 내실있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사업장 근로감독과 신고사건을 처리하는 근로개선지도과의 근로감독관 수가 부족하다.  

  

본지가 20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근로감독관 실무인력 1인당 감당해야할 사업장은 1708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감독관 정원은 1742명, 현원은 1586명으로 충원율이 91%를 기록했다. 하지만 근로개선지도과 근로감독관을 따로 계산하면 정원 1330명, 현원 1233명, 실무인력 1089명으로 크게 줄어든다. 

 

1년 전인 2015년에는 사업장 1752503개, 근로개선지도과 근로감독관 실무인력 1047명으로 실무인력 1인당 사업장 개수가 1758개였다. 지난해엔 1인당 사업장 수가 소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적정 수를 한참 밑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은 2015년 12월 '근로감독관 업무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근로개선지도과 근로감독관의 적정 실무인력을 40~50%(약419명​) 증원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전국의 사업장 개수는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보다 10만 개나 늘었지만 근로감독관 실무인력은 42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실무인력 1인당 사업장개수는 1708곳으로 적정수준인 1195.4곳보다 1.47배나 많았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산문제로 기획재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차선책으로 명예근로감독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시민단체나 공인노무사 등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명예근로감독관으로 임명해 근로감독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예방적 근로감독과 소액사건 전담 근로감독에 중점을 두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시민단체나 관련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근로감독관 인력충원이 돼야 한다"며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도 잘만 정리가 되면 상당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로감독 업무는 노동관련법에 전문성이 있는 공인노무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노무사 인원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공인노무사법 등 관련 법을 개선한다면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는)지금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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