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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9일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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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업계 CEO열전]② 롯데 허수영, 돈은 버는데 미래 안보여

범용제품으로 지난해 최대 영업익…잇따른 M&A 실패·R&D 부족

롯데케미칼은 유명세를 치루고 있다. 1976년 창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LG화학을 제치고 화학업계 영업이익 1위로 올라섰다. 그 중심에는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 (BU·비즈니스유닛) 사장이 있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에 전력투구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허 BU장은 인수·합병(M&A)를 여러차례 성공시키며, 롯데케미칼의 외형을 키워왔다.

최근엔 M&A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M&A 불패신화가 깨지고 있다. 아울러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도 향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업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지는 탓이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석유화학 외길 인생 걸어온 허수영 BU장

허수영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이 창립할 때부터 40년 가까이 화학업계에만 몸을 담아 왔다. 지난 2012년 롯데케미칼 사장에 취임한 이후 최근까지 롯데케미칼을 이끌어 왔다. 지난 2월부터는 롯데그룹 화학BU장을 맡아 롯데그룹의 화학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허 사장이 이끈 롯데케미칼은 경쟁업체들과 다른 길을 걸어 왔다. 다른 화학업체들이 사업다각화와 고부가가치화에 힘쓰는 것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에 승부를 걸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국내외를 포함해 연간 282만톤으로 석유화학업계 맏형인 LG화학(연 220만톤)보다 많다. 특히 지난해에는 범용 제품인 에틸렌·프로필렌 등의 스프레드(원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 개선되면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LG화학이 석유화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지, 생명과학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반면 허 사장은 화학사업에 집중도를 더욱 높여 왔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에틸렌 가격은 1톤당 100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600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2015년 7월 이후 에틸렌 스프레드 격차는 500달러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과 같은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가 큰 폭의 정제마진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허 사장은 앞으로도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범용 석유화학제품 시장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이에 국내 다른 화학업체들은 고부가제품이나 비석유화학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제품 시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증설이 마무리되는 2018년말 롯데케미칼의 국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대산공장을 포함해 230만톤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우즈벡 에틸렌 공장, 현재 증설 중인 말레이시아의 롯데케미칼 타이탄의 에틸렌 공장, 2018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미국 에탄크래커공장까지 포함하면 총 45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국내 1위, 글로벌 7위의 대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됨을 의미한다.

◇범용제품 승부수, 양날의검으로 작용할 가능성 높아

허 사장은 지난 2015년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현 롯데첨단소재)과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BP화학)을 3조원 규모에 인수하는 빅딜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 M&A에 있어,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다. 허 BU장은 지난해 6월 미국 석유화학업체 엑시올 인수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엑시올을 인수해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전략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롯데 총수 일가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자 계획을 철회했다. 허 사장은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엑시올과의 합작사업 기공식에 참석조차 못했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 추진하던 말레이시아의 롯데케미칼타이탄에 대한 기업공개(IPO)도 그룹사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불발됐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석유화학업체 주롱아로마틱스(JAC)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허 사장은 JAC 공장에서 생산되는 파라자일렌 등 아로마틱 제품 비중을 늘리겠다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인수에 나섰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화토탈과 함께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미국 엑슨모빌에 큰 가격차이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장은 롯데 화학부문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범용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삼성 화학사 인수외에는 대부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다. 최근에는 롯데정밀화학을 육성해 화학사업 약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범용 제품은 업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진다. 화학산업의 경우,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업체들의 난립 등으로 범용 제품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당장은 업황이 좋아 좋은 실적이 나왔지만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면,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허 사장장도 M&A 등을 통해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으나, 경쟁사에 비해 사업다각화 측면이나 고부가가치 제품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R&D 비용도 턱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R&D 비용으로 2014년 398억원, 2015년 527억원, 2016년 636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은 0.27%, 0.45%, 0.48% 수준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미래를 대비해 R&D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롯데케미칼이 투자한 금액에 10배 이상에 달하는 6780억원(매출액 대비 3.28%)을 투자했다. 한화케미칼도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1.5%인 510억원을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을 통한 실적 향상은 한계가 있다. 이는 CEO의 역량보다는 업황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며 “결국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땐 고부가가치 제품에 승부를 거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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