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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4일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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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폐경제 지킴이' 이호중 KEB하나銀 센터장

국내은행서 지난해 적발된 위폐 86% 찾아내…"현금선호 강한 한국서 위폐 감별 사양화는 기우"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이 21일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진폐와 위폐를 구별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 기자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 1층. 흰 가운을 입은 남성들이 기계 앞에서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언뜻 보면 건물에 입주한 안경점 같기도 하고 병원처럼 느껴지기도 한 이 곳은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한 '위변조대응센터'다. 쉽게 말해 위조지폐를 식별하는 부서다. 센터를 이끄는 이호중 센터장은 옛 외환은행 출신으로 국가정보원에서 금융범죄담당관으로 12년간 몸담았던 경력이 있다. 금융회사에서 횐 가운을 입고 근무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그는 "화폐 신뢰성을 보증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자부심의 표현으로 입는 옷"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곳에선 위조지폐 630매를 적발했다. 화폐 액면가로는 미화 13만4000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억539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은행에서 적발한 위폐 금액 15만6646달러의 86%에 해당한다.

이 센터장은 “화폐 경제 안에 섞여 들어간 불순물을 걸러내 자본시장에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는 게 센터의 목표”라며 “비슷한 건 가짜라는 말이 있듯 ‘진짜’와 다른 미세한 차이점을 찾아내는 게 감정인들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금융권에서 위변조 대응센터가 있는 곳은 KEB하나은행뿐이다. 

KEB하나은행으로 통합되기 이전에 옛 외환은행에는 위폐를 감정, 감별하는 조직이 있었다. 통합 이후 조직의 특성을 살려 KEB하나은행이 외국환은행의 강자임을 대외에 알리고 싶었다. 5명 소규모로 시작된 위폐감별 조직은 현재 18명으로 늘었다. 위폐감정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10여명의 직원을 심화 교육하고 있다.

위변조 센터가 없는 다른 은행들은 위폐감정을 어떻게 하나.

일부 경쟁은행의 경우 한두 명의 위폐감별 전문직원이 있긴 하다. 금융시장 거래량으로 봤을 때 경쟁 은행들도 연간 50~60억달러 정도의 외화를 취급하지만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손님에게 내주고, 수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은행에선 몇 해 전까지 홍콩 외환시장에 위폐를 수출하기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위폐감별과 같은 기본적 리스크 관리를 안 하는 거다.

위폐감정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은 어떤 사람이 이수할 수 있나.

KEB하나은행 직원만 교육 과정 이수가 가능하다. 1·2·3차에 나눠진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숙련된 직원이 개별 영업점을 찾아가 위폐 구분법을 교육하는 인접 연수, 주말에 관심 있는 직원들이 화폐관련 업무를 배우고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방문하는 과정. 이를 모두 경험한 뒤 6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통과를 해야 수료하는 3단계 교육 과정이다.

한 해 10여명 정도가 교육과정을 이수하는데, 평가가 좋은 직원들은 홍콩 외환시장을 방문해 견문을 넓히고 학습을 한 후 센터에서 4~5년 근무한다. 아예 영업점에 나가지 않고 이 업무만 파고들어 계속 화폐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원도 있다.

위폐를 감별하는 과정을 알려달라.

우선 만져보지 않고 보기만 해도 웬만한 위폐 감정이 가능하다. 아무리 정교한 위폐도 진폐와 다른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를 찾아내는 게 감정인들의 역할이다. 기계가 있지만 최종 판독은 사람의 몫이다. 현미경이나 고가의 장비를 통하면 세밀하고 깊이 있는 감별이 가능하다. 그러나 빛에 비춰봤을 때 색의 변화, 숨겨진 그림의 유무, 위폐의 조작 수준 등은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달았다.

얼마 전 국내에서 발견된 위폐는 대부분 KEB하나은행이 잡아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만큼 KEB하나은행에 들어오는 위폐가 많다는 얘긴가.
이 센터장이 위폐 감별기기 앞에서 5만원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권태현 기자


위폐가 자석도 아닌데 KEB하나은행만 올리는 없다. 타행에선 모르고 내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을 통해 유통되는 화폐는 전체의 25%에 그친다. 그 25%에서 찾아내는 위폐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위폐 청정지역이라고 하지만 한국 역시 매년 위폐 적발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시간으로 위조지폐 진위를 판독하는 고가 장비를 새롭게 도입했다. KEB하나가 투자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시장의 압도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것이다. 어떤 시스템이든 웬만큼 비슷하면 타 시중은행에서 바로 따라 온다. ‘초격차’를 벌려놔 위폐 감별 부문에 있어서 다른 은행이 감히 엄두를 못내도록 하려는 게 목적이다.

 

한국은행이 현금 없는 사회 시범판인 동전 없는 사회사업을 시행한다. 현금이 점점 사라지면 위폐 연구업도 사양 산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화폐가 주는 익명성, 돈에 대한 단맛.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과연 현금이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거래를 들키지 않는 유일한 수단은 현금이다. 과세가 철저하고 투명한 스웨덴, 덴마크의 경우 현금 없는 사회 도래도 먼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경제가 활발하다는 점에 비춰 현금 없는 사회 도래는 요원할 것이라고 본다. 위변조 방지를 위한 노력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폐 제작은 전통 사업이 돼 왔다. 돈에 대한 교환 욕구가 있는 한 화폐 발행과 위폐 조작에 대한 연구는 활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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