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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5일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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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문에 3번 등장한 현대차, 정몽구의 흔들리는 ‘뚝심경영’

검찰 수사에 현대차 ‘노심초사’…“처벌 피해도 윤리적 반성 필요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기업 뇌물죄를 겨냥한 광폭 수사에 나섰다. 지난 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수사 범위를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헌재의 탄핵선고문에 3차례나 거론됐던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검찰 수사 현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대통령으로부터 기업자율권 재산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재계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경유착이 확인된 이상 불법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며 검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현대차 주주들 사이에서는 정몽구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 KD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에 사업과 무관한 자금을 출연한 탓에 회사 평판이 급락했다는 얘기다. 회사 재산을 정당한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 이상, 회사 대표인 정 회장이 공식사과를 비롯한 일련의 조처를 취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청와대와 얽힌 것 없다던 현대차, 헌재 판결문에 난처해진 입장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서원(최순실)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자동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했다…안종범은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 지시로 현대자동차그룹에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전달했고,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신생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9억여 원에 달하는 광고를 발주했다.” (인용문 중에서)

10일 헌법재판소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최순실씨 사익추구를 위해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현대·기아차를 3차례 언급했다. 때문에 검찰 수사 대상에서 한 발짝 빗겨서있던 현대차그룹 입장도 난처해졌다. 사건 초기 최순실과의 관계성을 전면 부인하던 현대차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차는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 수주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당시 현대차 한 관계자는 “인하우스 에이전시(이노션)에만 한정짓지 않고 필요시 실력이 있는 업체에 광고를 발주하기도 한다. 신차 홍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가 그렇게(외압) 이뤄졌다는 건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역시 현대차는 사건 초기 부인했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팀 수사결과와 헌재 판단을 종합하면 현대차의 앞선 주장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 “현대차 이익 해쳤다”…심화된 주주 반발에 정몽구 입지 ‘휘청’

하지만 현대차는 헌재의 탄핵판결 이후 “우리 역시 피해자”라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순실 사익추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이 기업경영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어쩔 수 없는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현대차 주주 일각에서는 “경영진이 회사 이익과 관계없는 의사결정을 내려 회사의 유·무형 가치가 훼손 됐다”며 반발론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부상했다. 현대차 대표이사직에서 정 회장이 내려와야 한다는 강경 주장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라고 지난 9일 권고했다. 현대차가 돈을 낸 경위와 대가성 등을 두고 검찰조사를 피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기업지배구조관련 연구소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역시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현대차 노조는 검찰이 제대로 조사해 경영진의 과오를 가려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탄핵인용문에 거론된 이상 불법이 드러난다면 정몽구 회장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으로 공식 입장을 낼 시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전수전 끝에 현대차는 17일 서울 양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정 회장은 1999년을 시작으로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3년 임기의 사내이사를 6번 연임하게 됐다. 그러나 연임 전부터 터져 나온 반대 권고에 정 회장의 공고하던 입지에도 금이 갔다.

◇ 법조계, 현대차 뇌물죄 성립가능성엔 ‘물음표’…“뼈저린 반성 수반돼야”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탄핵정국 속 큰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SK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20일 익명을 요구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SK와 롯데도 이제 막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당연히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겠지만 (현대차보다는) 드러난 정황이 보다 뚜렷한 앞선 기업들의 유죄를 밝혀내는데 수사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법조계 역시 정몽구 회장이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현대차가 목적이 불분명한 돈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대가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나름의 ‘건의사항’을 청와대에 요구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면 수사 단초가 되기는 어렵다.

강남 대형로펌 한 대표변호사는 “형법상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을 피하고자 돈을 줬다면 뇌물죄에 해당한다”며 “현대차의 경우 어떤 우대, 어떤 불이익을 피하고자 했냐가 명확하지 않다. 자백 형태의 내부고발이 나오지 않는 이상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법적인 처벌을 회피하더라도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강압적인 출연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향후 재발 방지대책 및 사과문 등을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보원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주주들 모르게 정치적인 압력에 굴복해 기부를 했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가성이 없다고 면죄부를 얻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가 현대차에겐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런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엄중한 재발방지대책과 반성을 표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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