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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9일 [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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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발로쓴글] 오늘은 출근하기 싫은 날

스무번째 이야기

오늘은 출근하기 싫은 날이다. 어제처럼. 입사 전에는 붙기만 하면 날마다 직장을 향해 절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입사 때는 회사를 위한 완벽한 을이 되겠노라, 정년까지 다니고 연금까지 타내리라. 이렇게 인생을 그렸다. 그런 직장이 오늘은 출근하기 전에 울고 퇴근할 때 울고 자기 전에 울고 일어나서 우는 직장이 됐다.

어릴 땐 그랬다. 자주 내 고민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가족과 나눴다. 그게 옳다 믿었다. 머리가 크고 살아온 삶이 길어져가니 그게 쉽지 않다. 오늘 있었던 힘든 이야기를 점점 가족과 나누기 미안하다. 친구에게 토로하는 것도 힘든 그네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까 말하기 꺼려진다.

스스로 이겨내고 싶었다. 누구한테 징징거리기보다 스스로 강하게 이겨내고 삶을 나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힘이 드니 눈물이 난다. 살면서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라 배웠는데, 언제까지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지 어렵다.

삶을 버티던 어느 날 아버지가 “잘 참고 견뎌 직장 다녀줘서 고맙다”고 말하셨다. 눈물이 났다. 상처받았다. 행복하게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불행을 참고 견뎌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들렸다.

출근 전마다 기도했다. 내 역량이 조금이라도 더 발휘되고 내 체력이 허락돼 환자들이 빨리 회복되게 해달라고. 내가 부족해서 회복이 느려지거나 고통을 겪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대단한 마음이 아니었다. 내가 부족해서 환자를 못 봤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이 든다. 내가 나쁜 사람 같아서 싫었다.

오늘은 도저히 가망 없을 것 같던 환자가 눈을 깜박여보라는 내 말에 눈을 깜빡이고 끄덕여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울 뻔했다. 나는 진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월급도 들어왔다. 스쳐가는 바람인 줄 알았다. 그래도 한번 찍혔다 나가는 그 돈이 좋아 아직 못 그만 뒀다. 스쳐간 돈 중에는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생신 용돈도 있고, 힘든 친구에게 힘이된 맛있는 고기턱도 있고, 군대서 휴가 나온 동생에게 생색낸 용돈도 있다. 힘든 퇴근길에 동기들과 함께 마신 라떼 한잔 값도 있다. 결혼자금에 덧붙여 미래에 함께할 신랑이 힘들 때 내놓을 수 있는 비상금까지 모을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저런 상상에 오늘은, 월급날이라 못 그만뒀다.

아무 말 않았는데 어머니한테 문자가 왔다.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 오늘 그만한다 말하고 내일 집에 와라.” 철없이 그 문자가 좋았다. 오늘 말하고 이것도 끝이다. 지겨운 날들아. 근데 그렇게 말하니까 못 그만 뒀다. 그만하라니까 내일 하루정도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이야말로 일 끝나고 사직을 말하려다 그냥 퇴근해버렸다. 내 곁을 지키는 사랑하는 이들. 난 또 오늘 하루를 그렇게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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