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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8일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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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림회춘] 대선주자들 새 국가비전 보여라

암울한 현실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변화의 격랑 속에 또 허송할 시간없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5월 초순으로 예상되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등 각 당은 3월말, 늦어도 4월초순까지 후보를 선출한다는 목표로 경선을 준비하면서 대권을 향해 총력전을 펼 태세다. 전국 각지를 돌며 경선이 치뤄지며 달아오르게 될 선거 열기는 마침내 19대 대통령이 가려질 때까지 전국을 후끈 뒤덮게 될 것이다.

잠재 대선주자중 민주당 문재인 전대표가 줄곧 30% 안팎의 지지율로 일관성 있게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섣불리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경선과정에서 각 당의 후보가 가려지고 이들이 본선 무대에 올라 경쟁구도가 짜여지면 각 후보의 지지율에 변화를 초래할 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선전에 출사표를 던지려는 잠재후보들은 자신이 과연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감당할만한 깜냥이 되는가부터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저마다 준비된 후보라고 강변하지만 평범한 국민 수준의 공인 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국가 최고위 공직자라는 막중한 자리에 올랐을 때 국가와 국민은 물론 자신에게도 얼마나 엄청난 불행을 초래하는지 이번 대통령 탄핵사태는 똑똑히 웅변하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된 데는 최고위 공직자로서 직분을 헤아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비추어 하지 말아야 할 일과 정작 해야할 일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한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신뢰를 송두리째 저버린데 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이 헌법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라는 측면에서도 미래에 대해 꿈을 꾸는 일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국가를 암울한 상황으로 몰고 간 형편없는 지도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매주말 저녁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을 광장으로 몰려 나오게 만든 또다른 동력이 됐을 것이다.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쳐 있다. 우리 경제의 난맥상은 지난 4년의 경제성적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제성장율은 2014년 3.3%를 제외하고는 줄곧 2%대에 머물러 있다. 올해는 최대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사드보복조치라는 악재까지 돌출하면서 2%선마저 지켜질 지 위태로운 실정이다.

창조경제라는 구호만 요란했을뿐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일에도 성과를 찾기 어렵다.  

당장 경기를 부추길 손쉬운 방편으로 집값 끌어올리기에 발벗고 나서 부동산투기에 대한 규제를 싹 거둬 내면서 부작용만 잔뜩 키웠다. 투기꾼들은 물론 실수요자까지 빚내서 집사기에 가세하면서 가계부채가 4년동안 무려 381조원이나 늘어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를 우리 경제의 폭탄이 됐다.

일부 투기꾼들은 살판 났지만 가뜩이나 심각한 부의 편중은 극심해졌다. 소득 격차도 확대돼 고소득층일수록 늘고 저소득층은 줄어 서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년실업은 거의 절망적이다. 15~29세사이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로 전년에 이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모습은 일본과도 대비된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 2012년 일본의 청년실업율은 8.1%로 한국의 7.5%보다 높았다. 하지만 두 정권의 집권 첫해인 2013년부터 수치가 역전돼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지금 일본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골라갈 정도가 됐다. 학교를 마치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곧바로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한국의 젊은이들로서는 비현실적인 동화처럼 느껴질 이야기다. 

국가의 활력을 유지하고 미래를 기약하게 하는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전세계 최하위권이다. 자살률은 세계 최악이어서 인구 10만명당 28.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를 훨씬 웃돈다.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유행어가 괜히 나온게 아니다.

물론 이 암담한 현실을 모두 박근혜 정권 탓으로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정권 내내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더 악화시켰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바뀐다고 5년의 임기동안 이 모든 암울한 현실을 천국같이 바꾸어 놓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통스런 오늘을 참고 견디면 그래도 내일은 훨씬 나아지리라는 강력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국민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려면 문제에 대한 인식부터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채 답을 제대로 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선에 나서는 지도자들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고 그 곳을 향해 갈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경로를 국민에게 소상히 그려 보여야 한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격랑에 휘말려 있다.  세계가 직면한 급격하고 광범위한 변화 앞에서는 근대화를 이끌어낸 과거 산업혁명조차도 미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리처드 돕스 등 3인은 '미래의 속도'라는 공저에서 앞으로 다가올 수십년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어떤 국가가, 어떤 기업이, 그리고 어떤 인물이 세계경제를 움직일지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지도자는 미래의 기회보다 미래의 위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문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갖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지도자만이 국가와 국민을 더 나은 상태로 이끌 수 있다는 통찰이다.


닥쳐올 대선은 그저 5년동안 청와대 관저를 지킬 집주인을 뽑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무서운 변화의 격랑속에서 가야할 갈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채 또다시 새로운 5년을 허송한다면 우리는 현실을 개선하고 희망찬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남은 대선 과정에서 이런 지도자를 잘 가려내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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