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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4일 [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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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창업기]⑩ 작가 청춘유리가 말하는 ‘바람 한 점’

670일 간 스쳐간 46개국 170개 도시…“여행은 스펙 아닌 작은 행복 채워가는 과정”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영국 역사가 토마스 풀러)

 

여행은 선()하게 묘사된다. 수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이 여행을 장려했다. 이 탓에 여행하지 않는 청춘은 현명하지 못한 바보로 불린다. 명언을 따르자면 파리 에펠탑을 동경하지 않고, 배낭 대신 이불 안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은 속박에 굴복한 게으름뱅이다.

 

여행이 유행이 된 시대, 여행책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의 작가 원유리(필명 청춘유리·27)씨는 여행을 독촉하지도 맹신하지도 않는다. 그는 대신 <어린왕자>를 지은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명언을 따른다. “행복하게 여행하려거든 가볍게 여행하라.”

 

원씨는 670일 간 46개국 170개 도시를 돈 여행쟁이. 모든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남겨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페이스북 팔로워 7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41500명이 원씨가 남긴 여행 발자취에 가슴 설레 했다.

 

그는 여행하는 청춘만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용기가 없는 게 아니다. 여행만큼 소중한 게 그 맘에 있기에 비우지 않는 것이라며 오히려 안티 여행족을 응원하기도 하는 원씨.

 

지난달 23일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원유리씨를 만나 여행 그리고 그의 청춘에 대해 물었다.

 

두려움 또한 편견첫 여행 그리고 일본인 할머니 

 

원씨 첫 바다 건너 여행지는 일본이었다. 그 때 나이 18.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본어라곤 하지메마시떼(처음 뵙겠습니다)” 정도였지만, 어머니 응원에 힘입어 일본 교환학생행을 결정했다.

 

원씨는 출국 3일 전부터 두려웠다고 했다. 낯선 언어와 문화, 그 속에 혼자 남겨질 생각에 몸이 얼었다. 결국 일본행 배에 몸을 싣던 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 때 일본인 할머니 한 분이 원씨에게 다가왔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다. 다만 어깨를 다독여주는 할머니 손길에 원씨 두려움이 싸락눈 녹듯 사라졌다.

 

낯선 두드림이 큰 위로가 됐다. 그때 알았다. 막상 두려워하던 현실도 닿아보니 무섭지 않았다. 그때 혼자라는 것, 여자라는 것, 어리다는 것, 이런 것들이 여행의 제약이 될 수 있다는 편견을 지워냈다. 그 뒤부터 여행에 대해 용기를 낼 수 있게 됐다.”

 

20대가 된 원씨는 서울 한 사립대 관광레저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공부는 열심히 했다. 유명 여행사에 들어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0시 넘어 잘 때까지 학업에 전념했다. 그렇게 장학금을 꼬박 꼬박 받아냈다. 그러나 성실함도 ‘A+’도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았다.

 

불안과 괴로움이 원씨 어깨를 짓누르던 어느 날, 하교길 버스 안에서 죽기 전 후회하는 10가지라는 기사를 클릭했다. “행복은 노력해서 오는 게 아닌, 당신의 선택이라는 문구가 원씨 머리를 울렸다.

 

열심히 공부해서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받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내가 해야만 하는 걸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나는 불행했다. 괴로웠고 재미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게 아닌, 내가 선택하는 거더라. 현실도피일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진정 원하는 건 여행이었다.” 

 

지난달 23일 만난 여행작가 원유리씨는 여행이 하나의 스펙이 돼 가는 현실을 경계했다, 원씨는 여행을 가지 않는 청춘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지닌 여행 철학을 덤덤히 들려줬다. / 사진=정은비 촬영기자

지난달 23일 만난 여행작가 원유리씨는 여행이 하나의 스펙이 돼 가는 현실을 경계했다, 원씨는 여행을 가지 않는 청춘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지닌 여행 철학을 덤덤히 들려줬다. / 사진=정은비 촬영기자

꽃길 보다는 흙길 여행기결국 남는 건 사람

여행이라는 목표가 섰지만 원씨 주머니는 가벼웠다. 그래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친 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월요일, 화요일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수업을 들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 내리 5일을 일했다. 육체는 고단했지만 원씨는 그제야 즐거움을 찾았다.

 

정신적으로 행복했던 시기다.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하루에 많으면 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돈이 모자라 야간에 편의점에서도 일했다. 결국 800만원을 모아 가고 싶던 아일랜드로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아일랜드가 드림랜드는 아니었다. 첫날부터 험난했다. 꿈만큼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공항에 도착한 날, 공항 세관이 물었다. “혹시 짐에 이상한 물건 있니?”, 원씨는 웃으며 답했다. “Yes!”

 

원유리씨는 여행이 항상 순탄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덕에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청춘유리 페이스북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여행 첫날부터 비자가 나오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될 뻔 했다. ‘기네스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즐기겠노라생각했지만, 타지(他地)는 원씨에게 꽃길보다는 흙길이었다.

 

원씨는 여행에 대한 환상을 차곡차곡 깨갔다. 그러나 깨진 환상의 파편만큼, 여행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안겼다. 모든 나라가 아늑하거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만 46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46개의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상상만 하던 여행지에 발을 내딛었을 때 느끼는,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이 있다. 물론 여행이 좋은 일로 빼곡하지는 않다. 하지만 흐린 날, 좋지 못한 일을 겪어도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기억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가슴깊이 남는 추억은 결국 사람이다.”

 

SNS 속 공감이 힘여행은 스펙 아닌 바람 한 점찾기 위한 과정

 

원씨는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다. 페이스북 팔로워 7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41500명이 원씨가 남긴 여행의 흔적에 좋아요를 누른다. 원씨가 찍은 사진 한 장, 남긴 글 하나에 수만 명의 또래가 동기부여를 얻고 실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물론 청춘을 자랑하지 마라악플은 덤이다. 그럼에도 원씨는 소통이 나를 여기에 있게 만들었다고 웃어보였다.

 

“‘네 청춘 네 혼자 즐겨라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나도 똑같다. 때론 어떻게 저렇게 예쁠까’, ‘어떻게 저렇게 멋지게 살까부러워한다. 내가 SNS에 글을 남기고 사진을 공유하는 이유는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SNS를 통해 서로 힘을 주고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만약 SNS 없이 혼자 여행하고, 아무도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주눅 들었을지 모른다.”

 

원유리씨는 여행이 스펙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행의 의미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청춘유리 페이스북

원씨는 여행책 오늘은 이 바람만 느껴줘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수많은 강연에서 원씨를 초청하고, 많은 여행사들이 원씨와 일 하고 싶어 한다. 여행이 업()이 됐지만, 원씨는 여행을 맹신하지 않는다. “여행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양날의 검이라는 게 원씨 소신이다.

 

여행을 스펙처럼 쌓는 게 싫다. 여행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여행만이 인생을 변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인 듯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용기가 없는 게 아니다. 여행만큼 소중한 게 그 맘에 있기에 비우지 않는 거다. 나는 여행을 떠나려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비우고 떠나라고 말한다. 그래야 여행하며 작은 행복이라도 그 자리에 채울 수 있다.”

 

원씨는 앞으로도 여행책을 쓸 생각이다. 소소한 추억을 나누되 여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고 싶다 했다. 또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같이 인생 여행을 떠날 든든한 동반자도 만났다.

 

여행, 강연, 결혼 준비로 빼곡한 20대 후반을 보내고 있는 원씨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람 한 점이었다. 열심히 살되 주변을 되돌아 볼 여유는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살겠다는 게 원씨 인생의 나침반이다.

 

열심히 땀 흘리고 집에 갈 때, 그 땀을 식혀줄 바람 한 점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겐 그 바람이 여행이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좋다. 열심히 이루고 살았다면 쉬어도 좋다. 인생이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말이 있듯, 높아지기보다는 풍요롭고 높은 사람이 됐으면 한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잘했다라면서 웃을 수 있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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