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시사저널

2017년 8월 24일 [Thu]

KOSPI

2,375.84

0.4% ↑

KOSDAQ

647.71

0.62% ↑

KOSPI200

310.73

0.33% ↑

SEARCH

시사저널

기업

[인터뷰]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 "바이오시밀러, 우리가 길 놓겠다"

"트룩시마 유럽 승인은 전략과 기술의 승리"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56)는 지난달 18일 일요일 아침 인천 송도 본사로 바쁘게 달려갔다. 유럽으로부터 날아온 희소식에 일산 집에서 송도까지 가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유럽의약품평가위원회(CHMP)가 셀트리온의 2번째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에 대한 유럽 판매 승인을 권고한 것이다.

기 대표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해낼 때마다 성취감이 주는 설렘을 즐긴다. 그는 “설렘은 기쁨·기대와 함께 두려움도 섞인 감정이다. 실패를 생각하면 잠자기도 힘들다. 설렘은 임직원의 땀이 결실로 이어지게끔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트룩시마 유럽 판매 승인은 첫번째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에 이어 2번째 쾌거다. 기대표는 “트룩시마는 둘째 아들이다. 큰 아들(램시마)보다 더 애착이 간다. 램시마보다 (트룩시마 판매 승인 절차를) 훨씬 안정적이고 완벽하게 마무리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승인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총괄한 팀장을 불렀다. 출산하기 위해 분만실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노트북을 놓치 못했던 팀장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램시마이어 트룩시마까지 미국과 유럽 내 판매 승인 절차가 이어지다보니 팀장에게 제대로 휴가 한번 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하다.

기 대표는 “갓 낳은 애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할 정도로 밤샘 업무에 시달리는 팀장이 안쓰럽다.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승인 업무를 맡은 팀장과 팀원들은 한국과 유럽, 미국을 오가면서 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소식을 듣자마자 기 대표를 회장실로 불렀다. 서 회장은 기 대표에게 고생한 임직원을 대신 치하해달라고 당부했다. 기 대표는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자동차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서 회장을 만났다. 당시 서 회장은 차장이었다. 이 인연이 훗날 셀트리온 창업으로 이어졌다.

기 대표는 이제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 승인 절차에 집중하고 있다. 트룩시마 미국 판매 승인을 받으면 셀트리온은 램시마와 트룩시마 2개 제품을 갖게 된다. 유럽과 미국 동시 판매 승인절차에 들어간 허쥬마(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까지 가세하면 5년 안에 연 매출 10조원·영업이익 5조원 달성이라는 셀트리온의 경영 목표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소재 셀트리온 스킨큐어 집무실에서 기 대표와 인터뷰했다. 지난해 3월에 이어 2번째 인터뷰다.


트룩시마 유럽 판매 승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혈액암 항암제 트룩시마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셀트리온이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와 전략을 트룩시마 판매 승인 절차에 쏟아 부었다. 트룩시마는 셀트리온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다. 관절염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할 때는 품질이나 임상실험 면에서 글로벌 전문가에 많이 의존했다. 국내에 관련 업무를 수행할 바이오 전문인력이 없던 탓이다. 한국 기업이 가진 강점을 살려 트룩시마 개발과 승인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램시마에 이어 연타석 홈런이다.

셀트리온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가 많이 발전했다. 화이자, 머크, 테바 등이 셀트리온보다 1~2년 앞서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들어갔다. 셀트리온은 늦게 출발한 탓에 다른 전략을 세워야 했다. 산도스 등 경쟁업체와 달리 임상단계에서 과감한 전략을 구사했다(영업 비밀이라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산도스보다 2년 늦게 출발한 터라 임상 기간과 비용을 줄여야 했다.

임상 절차는 임상 계획을 세우고 환자를 모집해 임상 데이터를 만드는 순서로 진행된다. 임상 데이터를 유럽 EMA(식품의약청)에 제출했다. 27개국 대표들이 데이터를 분석한 뒤 투표로 승인 권고 여부를 결정한다. 대표 전원이 트룩시마의 품질과 임상 데이터가 완벽하다고 평가해 마지막 단계인 구두 설명(OE)을 생략하고 승인 권고했다. 램시마 승인 과정에서 많이 고생했다. 반면 트룩시마는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 등 아이디어를 많이 녹여내 무난하게 판매 승인 절차를 마쳤다.

유럽 내 승인 업무에 투입한 실무 직원이 얼마나 되나?

셀트리온 내부직원만 270~280명을 투입했다. 유럽 판매 승인 담당자만 그 정도다. 외부 컨설팅 직원은 없다. 외국 기관에서 허가받으려면 영문 자료만 1톤 트럭 한대 분량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제약 관련 규제기관이 있는 나라만 140여개국이다. 나라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서류작업에 인력과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사진=정은비 시사저널e 영상기자

램시마 승인 때와 많이 달랐나?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업체들은 우리가 트룩시마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화학식이 있는 화학 약품들은 복제하기 어렵지 않다. 바이오항체 약품은 우리 몸 단백질 구조에 기초하고 있는 까닭에 복제가 어려워 어느 회사도 복제에 도전하지 않으려 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회사들은 누군가 항체약품을 개발해도 생산 과정에서 하자가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텃세가 그만큼 심했다. 바이오시밀러가 여러 환자한테 투입해도 안전한가, 안전성 검사를 시행했나,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거냐 등 갖가지 증명을 요구했다. 램시마의 경우에도 관절염만 대상으로 임상실험했는데 크론병에도 임상실험을 요구해 다시 임상을 진행해 증명해야 했다.

우리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하자 다국적 회사들이 앞다투어 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었다. 셀트리온은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하다.

램시마 승인 받을 때 기 대표가 유럽에 가서 실험을 진두지휘했다. 이번에도 그랬나?

제휴선과 협의하기 위해 컨설팅 기초자료를 가지고 유럽에 자주 다녀왔다. 특히 임상단계에서 외국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실험 수탁기관)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인종과 성별, 나이를 골고루 섞어 임상 실험 대상 환자를 선정한다. 환자를 모집해 자료를 만들고 CRO에게 자문을 요청한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허가 받기 쉽지 않다. 아직까지 한국에선 승인 기관이나 자문 기업이 없다. 셀트리온이 국내 바이오시밀러 길을 만들고 싶다.

트룩시마 임상 단계에서 특이한 사건은 없었나?

바이오시밀러의 출발은 물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쓰는 환자와 바이오시밀러를 쓰는 환자의 임상실험 결과가 비슷해야 한다. 트룩시마 물질을 개발하고 임상 단계로 넘어가려 하자 서정진 회장이 반대하고 나섰다. 단백질 당의 끝 꼬리 부분 구조가 조금 다르다고 재개발을 지시한 것이다. 임상실험에 쓰기 위해 오리지널 제품 리툭산을 300억원 어치 사놓은 상태였다. 임상 단계에선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을 병원에 주기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다행히도 오리지널 의약품을 되팔 수 있어 손해를 보진 않았다.

유럽 전문가들은 트룩시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유럽 EMA엔 30명가량 전문가 리뷰 그룹이 있다. 보통 이것 저것 보완하라고 충고한다. 램시마 허가 받을 때 소속 전문가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유럽 규제기관도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품질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전문가 리뷰 그룹은 트룩시마를 비판하거나 보완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트룩시마의 미국 승인은 어떤가?

셀트리온은 유럽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미국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의 요구사항이 달라 동시에 준비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 FDA는 환자를 많이 모집해 많은 데이터를 내라고 한다. 다른 회사처럼 임상실험했다간 기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 미국 시장에 맞추면 유럽 진출이 늦어져 유럽 먼저 진입하고 미국에 가야한다고 판단했다. 트룩시마가 유럽 시장 허가를 완벽하게 통과했으니 미국과도 합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맞춰 특단의 전략을 마련했다.

승인 권고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램시마 허가때가 훨씬 기뻤다. 램시마는 첫 프로젝트라 회사 생사가 걸렸다. '외국 시장 진출에 실패하면 어쩌지'하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유럽에 가서도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물만 마시고 버텼다. 트룩시마는 우리 노하우가 담긴 약이라 더 예쁘고 애착이 더 간다.

EMA 프로젝트 담당자가 (승인권고가 날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기쁘기 보다는 앞으로 할 일이 먼저 생각났다. 이제 미국 시장도 진출해야 하고 허쥬마 EMA 승인도 남아있다. 고생한 직원이 생각났다. 어떤 파트는 하루 24시간 일하기 일쑤다. 한국에선 바이오시밀러 허가 경험자가 없으니 직원들이 쉴 수가 없다. 6월까지 승인 파트 임직원이 정신없이 일에 매달려야 한다. 나도 설 연휴에 미국에 가야할 듯하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주요 약품의 해외 진출에 힘쓰겠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브라질, 캐나다 시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승인 받았다고 해서 다른 시장이 수월하게 열리진 않는다. 140여개국 승인을 받는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다. 소리없는 전쟁이다. 우리는 글로벌 제품을 만들어 바이오시밀러 영토를 넓힐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리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바이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면 둘 다 죽는다. 세계 시장과 경쟁해야 한다. 화이자와 존슨앤존슨 같은 다국적 제약사들도 서로 경쟁하지 않고 M&A(인수합병)으로 시장 확대에 힘쓴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각자의 길을 걸어가며 바이오 산업의 틀을 마련하고 성과를 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오 시장은 도전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지 않는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도 셀트리온도 나름 우여곡절이 있지 않겠나. 삼성 바이오로직스도 함께 성장해서 바이오 산업이 대한민국 대표 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바이오산업 전문인력이 부족하지 않나?

바이오제약 사업이 초기 단계라 대부분 인력이 셀트리온 출신이다. 우리가 먼저 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력 문제는 서로 선의로 지켜야 하는 선이라고 생각한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도 자신의 인력을 자연스럽게 키우지 않겠나. 그리고 바이오산업은 아직 대한민국에서 정착된 산업이 아니라서 전문인력이 많지 않다. 셀트리온은 신입직원들을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 2위 제약 시장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 식약청은 심사, 허가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셀트리온은 중국 시장 공략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

중국은 참 쉽지 않은 나라다. 비즈니스 문제도 그렇고 사드 등 정치문제도 연결되어 있다. 국내 여러 산업들이 정치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어렵다. 이런 위험 때문에 중국시장을 섣불리 가기보다는 천천히 가자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또 중국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진출해 살아남기는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들어가야 할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중국은 과거와 달리 바이오제약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욕구는 있다. 대신 (해외 기업들이) 넘어야할 장벽 자체가 높은 것이다.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중국 내 환경과 세계 시장을 잘 이해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도 중국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의논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국 시장만 못 뚫은 상태인데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prev
next